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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020년 여름

2020.09.07 14:04

김승자 조회 수:147

나의 2020면 여름

예상밖으로 심각하게 계속되는 Covid 19으로 어수선하고 불안한 가운데
고대하던 꽃피는 오월이 오가고 신록의 유월인가 했더니
녹음짙은 칠월이 눈 깜짝하는 사이에 지나가고 팔월하고도 중순이 되어버렸다.
문득 되돌아 보니 우리가 오하이오를 떠나서 이곳으로 이사한지 벌써 한해가 지났다.
세월이 유수라던가, 화살과 같이 날라간다고 하던가?

 이사오던 날 막내딸이 "How long do you think you will live here?"하고 묻기에
다소 당돌한 질문이라고 생각하면서 "May be for a good ten more years?"라고
망설임없이 답했는데 그새 일년이 지나갔으니 그럼 이제 9년이 남았단 말인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고령 노인들의 사망율이 높다고 하니 아이들하고도 스스럼없이
만나는 것도 조심스럽고 여행이 제한되니 아이들과 함께 모이는 바닷가 휴양지에서의
연례 가족모임도 엄두를 내지 못한채 팔월이 되었다.
아름답게 채색된 튤립군락을 보고 렘브란트, Gogh의 뮤지엄을 방문하려던 네델란드와 벨지움여행도
취소되고 뉴욕에 사는 아들네 식구를 찾아보지도 못하고 새 이웃들과 스스럼없이 사귀기도 전에
Covid 19으로 Lockdown이 되니 서로 조심하는 차원에서 social activity를 견제하고
콘도미니움 빌딩 엘리베이터나 로비에서도 마스크를 쓴채로 인사하고 지나는지 벌써 반년이 되었다.
팔월 말이 되니 삼월에 휴교한 아이들의 학교가 정규 커리큘럼으로 개학을 하느냐 마느냐 논란이 오가는
슬픈 세상이다. 아이들의 학교교육이 필수라는 당연지사가 코로나방역 이유로 피켓을 들고 학교를 열수 없다고
주장하는 교사들의 직업정신이 실망스럽다. 일선에서 일하는 경찰, 소방소원, 의사, 간호원들, 식료품점등
필수업체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 교사들이 더 위험한 처지에 처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가?
다행히 우리 손주들 학교는 이부제로 나누어 사흘은 현장수업을 하고 이틀은 집에서 on-line으로 virtual class로
수업하는 절충방법을 채택하여 일단 9월 초에 개학을 한다니 다소 원상생활로 돌아가는 희망이 보인다.

나의 삶의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강박감을 간혹 느끼면서 슬퍼지기도 하는데 다행히 희한하게도
거의 매일 선물처럼 반가운 여름날씨 덕분에 아침마다 길건너 호수로 내려가서 두어시간
오디오 붘(audio book)을 들으며 철따라 피고 지는 온갖 들꽃과 지저기는 새들, Heron, Osprey,
오리식구들, 기러기식구들을 반기고, 마주치는 동네 산책인들과 떨어진 채로나마 담화도 나누고
곳곳에 있는 벤치에 앉아 멀리사는 형제들과 친구들과 소식을 나누는 일과를 반기는 즐거움이 있다.

아침 산책이 끝난 후 우리 내외의 오후일과는 거실 창앞에 놓인 작은 테이블을 가운데 놓고
Scrabble Word Game을 하는데 서로 열중하고 새로 배운 단어를 쓰며 느끼는 희열도 요즈음 살면서
빼놓을 수 없는 우리의 즐거움이다. 누가 이기고 지던간에 우리는 악수로 게임을 끝내고
각자 읽던 책을 들고 남편은 서제로, 나는 거실 내 안락의자에 자리잡는다.
마치 중요한 하루의 일과를 끝낸 듯한 마음으로 오후를 맞이하는 여유로움이 또 하루의 새 선물이다.
읽던 책을 들고 사르르 오수에 빠져드는 호사를 우리는 즐긴다.


 저녁식사후 두어시간 거실에 함께 앉아 뉴스를 보며 도대체 우리의 이치에 맞아주지 않는 세상사에
시비를 걸고 한탄한다. 과연 기성 세대의 사고와 문화와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평등사회가 이루어 질 수 있을가?
Law and order를 무시하는 난동과 looting이 지난 날의 역사를 환원하고 평등한 사회변혁을 성취할 수는 있을가?
21세기의 Renaissance가 일어나고 있는가?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지고도 이성으로 질서와 법이 존중되는 이지적인 세상으로 이끌어 가기를 바라며
무력한 우리들의 한계가 안타깝지만 산같은 우려속에서도 낙관하려고 노력한다.

와중에 큰손자는 이미 새로 시작하는 직장으로 떠나고 대학 이학년이 되는 둘째도 30여 시간 장거리 운전하며
학교로 돌아갔다. 아직 중,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개학을 앞두고 책가방을 챙기고
우리도 서서히 이발소며 미장원에도 가고 미루고 있던 건강쳌업도 스케쥴한다.
폭동과 난동으로 소란한 뉴스를 떠나서 마스크쓰기와 사회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면서
코비드 19 여름에 거부감없이 익숙해 간다.

내 앞에 놓인 나의 잔이 아직도 완전히 비어있지 않음을 바라보며 이 혼탁한 세류를 타면서도
나의 다음 여름들을 손꼽아 보는 여유로움에 나는 감사한다.

이렇게 나의 2020년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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