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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부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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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를 떠나서 밀양으로 가는 길에 있는 밀양시 상동면에 있는 구곡마을에 잠깐 들렸습니다. 구곡마을은 저에게 소중한 추억이 있는 곳입니다. 6.25 사변 때 1951년 1월부터 1년 정도를 보낸 곳입니다.

 

구곡마을은 도시 소년인 제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귀중한 시골 경험을 해본 곳입니다. 너무나 귀중한 추억들이 많았습니다. 봄에는 봄 나물 캐던 추억, 여름에는 원두막 지키던 추억, 가을에는 주인집 가족과 함께 주인집에 있는 감나무에서 감을 따서 8km 떨어진 밀양 장까지 걸어가서 팔고 오던 추억, 겨울에는 뒷산으로 주인집 작은 형과 함께 토끼 사냥 가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외에도 겨울에 마을 연 싸움 구경하던 추억, 샘물에 가서 물 떠오던 추억, 닭 잡던 추억, 누에 먹이는 뽕나무잎 따오던 추억, 주인집 누나, 형과 함께 마을 앞을 달리는 경부선 철길을 걸어서 상동역 근처에 있던 상동국민학교에 오가던 추억 등,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아름다운 추억들입니다. 

 

주인 집은 같은 박씨라며 우리를 한 식구처럼 대했습니다. 항상 식사를 함께 했었는데 아마 방값도 식사 값도 안 받았던 같습니다. 1년 후 우리 가족은 친척이 피난 가있던 통영으로 이사를 갔는데 얼마 후 주인 집 할머니가 바리바리 먹거리를 싸들고 통영까지 찾아오셨습니다. 멀리 시집간 딸네 집을 찾아온 것 같이요. 그것도 그 전쟁 통에 말입니다.

 

저희는 통영에 반 년 정도를 살다가 1952년 가을에 서울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구곡마을에 들려서 며칠 보냈습니다. 꼭 멀리 시집 갔던 딸이 손주를 데리고 온 것처럼 닭 잡고 하면서 환대를 받고 떠났지요. 

 

그후 저는 부교 1학년과 2학년 여름방학 때 구곡마을에 가서 여름을 보내고 왔지요. 꼭 여름방학 때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다녀오듯이요.

 

주인 집 큰형은 경남고를 졸업하고 서울 법대 시험을 칠 때와 고시를 볼 때 서울에 와서 우리 집에 머물었지요. 그리고 1970년 서울에서 열렸던 저의 결혼식에도 와주셨지요. 작은형은 제가 논산훈련소에 있을 때 면회를 와주셨구요. 정말 가까운 친척 같은 관계였지요. 

 

그러다가 제가 미국 가고 하면서 연락이 끊겼습니다. 10년 전쯤 제가 구곡마을에 찾아가봤으나 큰형이 창원에 산다는 것 외에는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 다시 가서 수소문을 해봤으나 50여 년 전에 이사간 후로는 연락이 없다는 것 외에는 역시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나보다 네 살 위인 큰형, 한 살 위인 작은 형 두 분은 꼭 만나보고 싶은 분들인데 이번에도 실패했습니다. 두 살 위이던 누님은 젊은 나이에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어떻에 연락처를 알 수 없을지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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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밀양으로 가는 도중에 경부선 상동역에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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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강을 건너는 경부선 철교입니다, 지금은 인도교가 있지만 옛날에는 이 철교로 강을 건너서 학교에 갔습니다, 한 번은 뒤에서 기차가 다가와서 뛰어서 건너가느라고 위험했었습니다. 두 살 위인 주인집 누나가 저의 손을 꼭 잡고 뛰었는데 힘 센 그 누나가 아니었더라면 정말 큰일 날 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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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폭 싸인 아담한 구곡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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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없던 마을 진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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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꽃인지 만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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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에 가서 수소문을 해보려 했으나 코로나 사태 때문에 닫혀서 실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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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살던 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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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만발한 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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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학교에 갈 때 항상 지나가던 저수지는 그대로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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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살던 집으로 들어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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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사라지고 집터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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