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여년전에 친지에게서 받은 택배
2022.05.10 22:48
택배
오늘 콜로라도에 계시는 친구분한테서 택배가 왔다.
워낙 산타기를 좋아하시는 분인데 콜로라도의 심심산곡 을 찾아다니며
들판에, 산허리에 흐드러지게 핀 희귀한 들꽃들의 사진을 보여 주기도 하고
인적이 없는 기기 묘묘한 산봉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몇일 전엔 어부인과 함께 콜로라도 깊은 산속 숲속에 숨어사는 송이버섯을 찾아내어
바구니에 담아 와서 가벼운 솔잎 흙을 살살 털어내고 몸이 다칠세라
조심 조심 포장하여 멀리사는 우리에게까지 한바구니를 택배로 보내왔다.
열어 보는 순간 은은한 송이의 향기에 감격하면서 고운 살빛이 아련한
이 귀한 선물을 누구랑 함께 먹을가?
그냥 우리만 먹을 수 있나, ceremonial dininig을 해야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밥상에 마주 앉을 생각에 흥분한다.
카드에 설명해 주신대로 살짝 구워서 함께 나누어 먹을 다정한 사람을 초대하자.
살에 닿는 바람이 싫지않은 늦 여름낮,
콜로라도 산 속 깊은 곳에서 숨쉬고 있던 우유빛 송이버섯,
얼굴은 반듯하고 우산같은 머리와 몸은 여인의 감추어 진 속살인양 부드럽고 곱다.
조금 편편하고 큰 것도 있고 아직 입을 꼭 다문 수집은 소녀같은
동글한 몸매의 어린 것도 있고 원숙한 여인의 자태로 풍만한 모습도 있다.
깊은 산속 소나무의 뿌리를 고향으로 뿌리를 내리고
거센 바람일랑 피하여 솔잎과 고운 흙을 이불로 덮은 채
몇날, 몇달을 하늘을 보고 싶어 목을 뽑던 버섯은
살결도 곱지만 몸은 어찌 그리도 연하면서도 그리 고운지!
때가 되어 하늘을 볼 수 있을 때, 버섯은 우산같은 날개를 펴고
내년에 자라 줄 새 생명을 키우기 위하여 우산줄기속에 키워 온 씨알을
모체를 떠나 자리잡을 보금자리에 흘려 뿌리고 솔잎 흙속으로 숨어있게 한다.
버섯캐는 사냥군들은 그 어미버섯의 뜻을 알진대 어찌 그 뒷자리를 보듬고
덮어 주지 않을 수 있으랴.
솔잎아래에 숨겨진 버섯을 보물찾듯 찾으면 버섯사냥군들은 반가워서 눈을 반짝이며
눈맟춤을 하고 살집을 다칠새라 조심스러이 살짝이 뜯어내고 주변에 흩어져 있는
솔잎가루가 섞인 보드라운 흙을 한줌 집어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 솔솔 뿌려
덮어준다고 한다. 새로 태어날 이세들이 자랄 수 있도록 뒷자리를 마련해 주는것이리라.
솔향기 코앞에 스며드는 숲길을 머리에 그려보며 보드라운 흙 한줌 손가락사이에 비벼 흘리는
버섯 사냥군의 희열을 상상하며 덩달아 솔잎 사이에 숨쉬는 여린 버섯들이
푸른 하늘을 그리며 숨쉬고 있을 미지의 숲속을 거닐어 본다.
보이지 않는 푸른 하늘을 향하여 가녀린 목을 들고 숨쉬고 있을 숨은 생명들이 신기롭기만 한데
그 향기는 은은히 온 방안에 가득하다.
이미 아침 저녁 싫지 않은 찬바람이 여름을 배웅하고 내 집앞 밖앗 푸른 평지에는
풀깍는 기계소리만 요란하다.
은은한 솔향기 담긴 버섯바구니를 드려다 보는 내 마음은 두분의 멋스러운
버섯사냥하시는 모습을 눈에 그리며 향기로운 사람내음에 뿌듯하기 그지없다.
김승자
Sungja Cho, December 6, 2019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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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자
2022.05.1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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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흥숙
2022.05.12 17:37
승자야, 먼나라로 가서 좋은 친부분들과 잘 지내고 있어서 보기 좋다. 그런데 어제는 언제 너희들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잣을 선물로 친구들에게 전하면서 우리를 그리는 너희들도 생각했어. 잘 지내고 또 만나자. 모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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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자
2022.05.13 10:17
흥숙아, 오래 적조했다가 모두들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서 얼마나 기쁘고 반가웠을가,
상상하며 사진속에 낯들이 다소 변했으나 정다운 얼굴들을 열심히 찾아 보았어.
너도 건강하고 책읽어주기 운동에도 참가한다니 듣기만 해도 흐뭇하구나.
늘 열성많은 연흥숙, 기운내어 계속 즐겁고 좋은 일 많이 하고
친구들과도 자주 만나서 회포를 풀며 지내기 바란다.
미국에 있던 딸식구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
아직 미국에 있으면 건강한 흥숙이가 와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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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2022.05.12 21:37
귀한 송이버섯 바구니를 보낸 친지의 고마운 마음을 송이버섯 찬사와
함께 잘 전해주고 있구나. 송이버섯 향기가 여기까지 은은하게 풍겨오고 있어.
콜로라도 깊은 산속의 송이버섯은 향이 어쩐지 더 짙을 것 같구나.
10년전 네 작품 잘 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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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자
2022.05.13 10:37
그동안 바뻤지?
혜정이 보내놓고 많이 섭섭했겠지만 한국에서 하와이는 오기 쉬운 곳이니까
너무 섭섭해 하지 말아.
은퇴생활하시는 김선생님과 두분이 훌쩍 날라오시면 서울에 사는것과 다를바 없지!
아무튼 하고싶은 열정과 탈랜트를 살려서 꿈을 키워나가는 혜정이의 결단에
우리는 박수를 보내며 응원하고 싶단다.
내 남은 꿈중에 하나는 김혜정화가의 열대 정원을 가보는 것이야.
그림도 보고싶고 웃는 혜정이의 정겨운 얼굴도 보고싶어.
코로나때문에 하와이를 포기하고 나니 늘 꿈에 그리워해.
그동안 동창회준비로 수고 많았겠구나.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멋있는 연회를 즐기는 모습이 부럽구나.
늘처럼 건강하고 씩씩하게 걷고 사진찍어 즐거운 소식 나누어 주기 바란다.
여긴 이제야 며칠사이에 새잎파리가 선을 보이더니 역시 늦둥이 봄이 오는것 같아.
나는 아직도 호숫가에 내려가 보지 못하고 늦장을 부리다가
옛날에 쓴 송이버섯이야기를 꺼내보게 된거지.
-
이태영
2022.05.13 18:43
콜로라도의 송이버섯? 송이버섯은 동양 특유의 버섯인 줄만 알고 있었습니다.
송이버섯은 좀처럼 접하기 힘든 귀한 버섯이지요
"내년에 자라 줄 새 생명을 키우기 위하여 우산줄기속에 키워 온 씨알을
모체를 떠나 자리 잡을 보금자리에 흘려 뿌리고 솔잎 흙 속으로 숨어있게 한다."
전혀 모르고 있던 새로운 지식을 얻었네요
김승자 님 멋진 글에서 송이의 은은한 향기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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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자
2022.05.14 09:31
제목을 "송이버섯"이라고 할걸 잘못했어요.
너무나 감격하여 급히 적어놓았던 글을 다시 읽고는
잠시나마 솔향기 향긋한 숲속을 헤매며 보물찾듯 버섯사냥하시는 분을 생각하며
그때의 환희를 회상했습니다.
제 느낌에 공감해주시는 덧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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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2.05.13 22:55
김승자 님 조 박사 두 분 안녕하시지요?
두 분께서는 친분이 남다른 좋은 친구분이 계시는 군요.
송이버섯은 한 뿌리만 굽거나 국을 다려도 온 집안에 그 향기가 가득할
정도로 향이 짙어 아주 귀한 선물로 많이 쓰이지요.
김승자 님의 글을 대할 때면 언제나 청정 맑은 물 처럼 심산유곡을 흐르고
어느덧 두메산골의 어느 호젖한 마을을 찾아
고요가 안개처럼 내리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상념의 마을로 여행을 떠나가게 합니다.
두 분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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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자
2022.05.14 09:18
코비드로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겠지만 무사히 회복하셨습으니 기쁩니다.
황사장님께서 제 졸필에 올리신 덧글을 읽으면 어느덧 그 아름다운 고장으로 가서
살고싶어 지네요.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건강하셔서 늘처럼 신록속으로 산책 많이 하시고 사업도 원만하게 운영되기 바랍니다.
그동안 사모님께서 병구완하시느라고 수고가 많았겠어요.
덕분에 면역성이 강해지셨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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