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힌 골목 7개가 '도심 속 山寺'로 통한다
2023.01.26 15:45
막힌 골목 7개가 ‘도심 속 山寺’로 통한다 조민석 설계, 원불교 원남교당 김미리 기자
도통 한눈에 전체 형태를 가늠할 수가 없다. 보는 각도에 따라 동굴처럼 생긴 나선형 계단이 펼쳐졌다가 비스듬하게 잘린 원통이 돌출한 옥상이 보이고, 한옥도 등장한다. 이 비정형 건물은 서울 종로구 원남동 사거리 부근에 최근 들어선 원불교 원남교당. 1969년부터 이 자리에 있던 오래된 교당을 허물고 새로 지은 건물이다.
새 교당은 한 독실한 신자의 기부에서 싹텄다. 주인공은 고(故)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 부인이자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장모인 김윤남 여사. 평생 이곳에 다니던 김 여사가 2013년 작고하며 유산(168억5000만원 상당)을 전액 원남교당에 기부하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2018년 설계자로 결정된 건축가는 베네치아 건축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탄 조민석(57·매스스터디스 대표) 소장. 서울 서초동 ‘부티크 모나코’, 여의도 ‘S트레뉴 타워’ 등을 설계한 한국 대표 건축가 중 하나다.
원남교당 외관. 계단 끝 반원 형태로 튀어나온 곳이 기도실, 뒤의 고층 건물이 서울대 병원이다. / 최창우
교당 터는 북쪽으로는 서울대병원과 등을 맞대고, 서쪽으로는 창경궁, 동쪽으로는 대학로가 이어지는 서울 한복판이다. 최근 이 건물에서 만난 조 소장은 “종교 건축인 동시에 구도심의 복잡한 맥락을 풀어내야 하는 어번(urban) 프로젝트였다”고 말했다.
시끌벅적한 외부를 시각적으로 차단한 원남교당 2층 마당. 오른쪽 한옥은 김봉렬 교수가 설계한 인혜원이다. /사진가 신경섭
건축가가 그린 그림은 ‘도심 속 산사(山寺)’였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처럼 서양에선 대개 종교 시설이 도시 한복판에 있지만 한국 전통 사찰은 자연에 있다. 절로 들어가는 여정 자체가 다른 세상을 만나는 과정이다. 이 둘을 절충한 개념을 염두에 뒀다”고 했다. 지금은 앞뒤로 고층 빌딩이 가로막고 있지만, 원래 이 터는 구릉지의 정상이었다. 땅의 특성을 활용해 건물 중심에 해당하는 2층 마당을 골짜기처럼 움푹 팬 형상으로 만들어 주변의 복잡한 풍경을 시각적으로 차단했다. 그 결과 대로인 율곡로에서 한 블록 안인데 절간처럼 고즈넉하다. 건물은 크게 네 덩이다. 법당과 위패 봉안실이 있는 중심 건물인 ‘종교관’(3층), 수도원 격인 ‘훈련관’(5층), 김봉렬 한예종 교수가 한옥으로 설계한 기념관인 ‘인혜원’, 이 셋과 조금 떨어져 초입에 있는 문화 시설인 ‘경원재’로 구성됐다.
곳곳에 곡면과 원이 적용된 원불교 원남교당. /사진가 신경섭
전체를 아우르는 조형적 키워드는 원불교의 상징인 원(圓). 조 소장은 “2차원 공간의 한 점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점을 이은 도형이 원이다. 그 자체엔 두께와 물성이 없다. 원을 물질화해 공간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외관의 곡면부터 창문, 계단 손잡이까지 건물 곳곳에 원형을 적용했다. 출처/조선일보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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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2023.01.27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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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2023.01.27 21:35
건축가 조민석의 설계가 이채롭습니다. 원형과 하얀색으로 원불교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나타내면서 특이하게 조용한 산사를 도심속에다 세워 놓았군요.
원불교 교인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은 분위기여서 가보고 싶단 말은 못하겠습니다.
거액을 쾌척한 김윤남여사의 공적도 오래동안 기억되겠습니다.
베네치아 건축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조민석씨의 작품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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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3.01.28 20:58
고등학교 시절 여름이면 동승동에서 회화동 로타리를 거쳐
프라다나스 우거진 창경궁 돌담을 돌아 을지로 4가까지 걸어다니던
원남동 네거리가 저렇게 변해버렸다니 참 격세지감 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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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놀라운 도심속의 산사입니다.
원불교 원남 교당이 번잡한 도심 한가운데
설계자의 특이하고 조용한 간축물로 건물 곳곳에
원형을 모두 적용한 설계군요.
사진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