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 대하여
2023.02.18 08:58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 대하여 백영옥 소설가
‘이제는 계란부터 먹으리~’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냉면 안의 계란, 튀김 세트 속에 새우튀김처럼 좋아하는 것을 가장 나중에 먹었던 내가 이제 그 순간의 행복을 미루지 않고 살겠다는 이야기였다. “모둠 초밥을 먹는다면 이제 참치 뱃살부터 먹으리~”라는 선언으로 끝나는 이 칼럼을 읽은 친구에게 “그냥 섞어 먹어! 배고플 땐 노른자, 배부를 땐 흰자랑~!”이라는 메시지가 와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문요한의 책 ‘오티움’에는 심리학자 대니얼 네틀의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등장한다. 한 사람의 10년 후 행복을 예측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건강이나 가족 관계, 돈, 지위가 아니라 ‘현재의 행복 지수’라는 것이다. 지금 얼마나 행복하냐가 미래의 행복을 좌우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저자의 따르면 “행복을 미루면 행복의 감각 역시 녹슬며 행복은 우리가 허락한 만큼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행복이 ‘세기’가 아니라 ‘빈도’라는 심리학의 지혜를 담은 좋은 처방이다. 하지만 요즘의 소확행은 자칫 광고업계의 천재적인 마케팅 용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람들의 소비를 부추긴다.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행복에 다가가는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쁨과 쾌락은 분명 다르다. 사랑하는 아이와 실컷 놀아주고 찍은 사진은 언제 봐도 즐겁다. 하지만 한밤의 라면과 치킨은 그 순간 짜릿하지만 아침에 부은 얼굴이 보여주듯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저자의 말처럼 해로운 행복은 손쉽게 얻는 특징이 있다.
계란부터 먹겠다는 말을 선언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친구의 말에 웃었지만 나는 행복이 일종의 ‘자기 선언’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의 어느 순간이 아닌, 지금 당장 행복해지겠다는 결심 말이다. 지금 손에 쥔 커피 한 잔에서 느끼는 따스함과 향기에 행복해지는 건, 곧 봄이 올 거란 예감 때문이다. 아직 피지 않았어도 곧 꽃이 필 것을 기대하는 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내 마음에 달려있다.
출처/조선일보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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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3.02.18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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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2023.02.19 00:11
"소확행" 무심하게 넘겨버리던 것을
나이가 들면서 마음으로 깊이 음미해 보게 됩니다.
요사이 아침 운동 끝나고 오다가 카페에들려 혼자 커피한잔하는
시간이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느낌이 즐거워졌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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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2023.02.19 22:21
저는 아직도 '행복'이란 어떤 것인지 확실히 모릅니다.
그저 일상에서 조금 기분 좋은 걸 '행복'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행복'은 나와는 관계없이 멀리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백영옥씨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건 별 것 아니네요.
그렇다면 저도 '소확행'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눈앞에 곧 봄이 오는 것 같아서
설렙니다. 설렘, 좋은 느낌, 소소한 재미 그런 것이 행복이라고
말해도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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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자
2023.02.20 01:27
"소확행"이라는 어려운 새단어를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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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2023.02.20 08:40
우리가 어렸을때 어른들이 "마음보가 팔자다" 하시든
말이 생각 납니다.
변화없는 일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그 일상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느낄수 있게 햊주는 글이네요. 내 마음먹기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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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이 아침 조간에 올라온 소설가 백영옥의 글이 눈에 확 들었구나?
"소확행" 음미해 볼만한 말인것 같아,
이제 남은 날이 얼마 없는 우리같은 사람들에게는 더욱 공감이 가는 글인 것같았어.
사부님답게 멋지게 올려놓았는데 자네가 애써 가르켜준 html
내 머리속에서는 벌써 지워진 것같은데..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