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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영의 News English]

젊은 북한 안내원 동무에게 들려준 이야기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

 

일러스트=최정진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 인요한(64) 박사는 아메리칸-코리안이다. 미국 이름은 존 린턴. 4대째 한국에서 의료·교육 봉사를 해오고 있다. 다음은 ‘한강의 기적, 희생 없는 성공은 없다(Miracle on Han River, no success without sacrifice)’라는 제목으로 그가 코리아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간추린 것이다.

 

“북한의 결핵 퇴치를 위해(in a bid to rid North Korea of tuberculosis) 자주 방북했었다. 낡은 도요타 승합차(run-down Toyota van)를 타고 시골에서 평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끼익끽거리는 엔진 소리에(over the whine of the engine) 아무것도 듣기 어려운(be hard to hear much of anything) 상황에서 젊은 안내원이 말을 걸어왔다(strike up a conversation). ‘남조선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던데, 얘기를 들려달라’는 것이었다. 진정한 대답을 듣고 싶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이렇게 말해줬다.

 

‘한국이 발전한 첫 번째 이유는 박정희 덕분이다. 나는 전라도에서 성장했다. 지역적 편견에 사로잡혀(be obsessed with regional prejudices) 경상도 사람은 일본인만큼이나 사악하다고 여겼다. 나이가 들면서 경상도 출신 박정희의 업적을 알게 됐다. 그는 부당한 유신정권을 관철시키고(ram through the unjust Yushin regime) 악명 높은 비상조치(infamous emergency measures) 등 비민주적 행위를 저지른(perpetrate undemocratic acts) 독재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그는 민간 부문의 인재들을 발굴하고 지원해 급속한 경제 발전의 초석을 놓았다(lay the foundation). 새마을운동으로 6·25전쟁이 남긴 피해의식을 떨쳐버리게(shake off the victim mentality) 했다. 정주영·박태준·이병철·김우중·구인회·허만정 등 기업인들이 그 뒤를 받쳐줬다.

 

두 번째 이유는 근로자와 군 장병들의 희생이다. 독일에 파견된 광부(miner)와 간호사, 섭씨 50도 숨막히는 중동(Middle East)에서 일했던 건설 노동자, 구로공단에서 하루 16시간 이상 기계 앞에 앉아 있었던 근로자들이 귀중한 외화를 벌어들여(bring in the precious foreign currency) 국가 발전의 길을 닦았다(pave the way). 그게 전부가 아니다(be not the half of it).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 30만 명 중 전사한 5000여 명, 합병증으로 일찍이 생을 마감한 장병을 합친 1만여 명의 희생도 있었다. 한국의 발전은 근로자들의 땀과 병사들의 피 위에 이뤄진 것이었다.

 

세 번째는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한 어머니들 덕분이다. 자신은 못 먹고 못 입어도 근면(deligence)과 절약(thrift)으로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자식들 교육을 위해 헌신한 당시의 어머니, 오늘날의 할머니들이 ‘한강의 기적’ 원동력(driving force) 중 하나가 됐다.’ 이렇게 말하자 북한 안내원은 “남조선은 미국에 빌붙어 잘사는(be well off)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 미국과 친밀하고 언어도 영어를 쓰며 한때 한국에 경제 지원까지 해줬던 필리핀은 왜 한국에 뒤떨어졌느냐’고 되물었더니 답이 없었다. 대화의 끝이었다. 평양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remain sil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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