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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치! 코리아]  미스터트롯과 진중권은 왜 먹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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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김윤덕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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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영과 세대 뛰어넘어 재미와 통쾌함 주는 트로트 예능과 촌평
  •       그 속엔 '진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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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따지면 좌파인 대학 후배는 매주 목요일 '미스터트롯'을 보는 게 낙이다. 뽕끼 가득한 일제 잔재라며 경멸했던 트로트를 두 시간 넘게, 그것도 TV조선 앞에서 울고 웃으며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굳이 따지면 우파인 교회 집사님의 요즘 낙은 매일 아침 진중권 페이스북에서 터져 나오는 촌평(寸評)을 읽는 것이다. '촛불'이라면 거품을 물던 그가 뼛속까지 좌파인 논객이 쏟아내는 독설을 즐기며 그간 쌓인 화병을 풀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고 했다.

 

새해 벽두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미스터트롯과 진중권.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생각했다. 이념, 세대, 성별 할 것 없이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대놓고 B급이다. 점잖은 척, 고상한 척하지 않는다. 둘 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설을 날린다. 변절을 의심하는 애인에게 "니가 봤냐고, 봤냐고~" 하며 삿대질을 하고, "첫눈에 뿅 갔다더니 그 사랑 깊이 자로 재보니 1m도 못 되더라"며 팩트로 폭격한다. 진중권은 더 까칠하다. "유시민의 알릴레오는 성인용 디즈니랜드, 김어준은 걸어 다니는 음모론"이라더니, "통치에 대중의 폭력을 활용하는 PK 친문들의 선동 수법이 나치를 빼닮았다" 일침을 가한다. 민주당 인재 영입을 "일회용 추잉껌"에 비유한 건 압권이었다. "단물 빨리면 유통기한 끝날 그들 탓에 당에서 궂은일 하며 밑바닥부터 성장해온 사람들이 기회를 잃었다"고 꼬집었다.

 

풍자와 해학도 으뜸이다. 집에 있다던 여자 친구가 '교회 오빠'와 클럽에 나타나자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너네 집 불교잖아~" 하며 뒷목 잡고 호통치는 트롯맨의 넉살은 팔도를 웃겼다. 진중권도 못지않다. 지역구 세습이 '아빠 찬스'가 아니라고 우기는 국회의장 아들에게 "지금 입고 계신 '빤쓰'가 원래 아빠가 입었던 거면 그걸 '아빠 빤쓰'라 불러요"라고 해서 배꼽을 쥐게 했다. 말싸움의 여왕 공지영을 두 손 들게 한 '성경 팩폭'은 또 어떤가. "조국은 그리스도, 공지영은 그를 만나 새 삶을 얻은 막달라 마리아…. 모쪼록 지영 자매가 저 사악한 문천지교 이단에서 벗어나 주님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도하겠다."

 

'버라이어티'하다는 점에서도 둘은 비슷하다. 노래만으론 모자라 태권도, 마술까지 총동원해 자기만의 무대를 죽을 힘 다해 창출하는 트롯맨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진중권은 저 홀로 버라이어티하게 싸운다. 익명의 좀비 떼부터 소설가, 장관, 국회의원을 가리지 않고 태권브이처럼 일당백으로 싸운다. 급기야 성역에도 창을 날렸다. "조국(曺國)에 마음의 빚을 졌다는 문재인은 과연 공직을 맡기에 적합한 사람인가?"

 

또 있다. 미스터트롯이 강호에 숨은 진짜 실력자가 얼마나 많은지 보여준다면, 진중권은 노무현을 숭배한다며 정의를 외치던 사람 중 가짜가 얼마나 많은지 폭로한다. 노무현은 "국민의 뜻은 무시하고 사리사욕과 집단 이기주의에 빠진 정치인을 가장 경계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가짜 노무현들은 우리 사회를 두 동강 내고, 반칙과 특권을 일삼은 실력자를 검찰 개혁을 위해 강제 순교된 심청이라며 떠받든다. 진중권은 이를 "친문 양아치들의 개그"라 명명했다.

 

포기할 게 없는 사람은 무섭다. 재기할 마지막 무대라 믿고 땀 한 방울까지 짜내 열창하는 트롯맨들은 그래서 절절한 울림을 준다. 집단 광기, 포퓰리즘과 싸우려 교수직을 버리고 저격수로 무장한 진(陳)의 독설은 그래서 막강 화력을 지닌다.

모르긴 해도 올 4월 총선엔 진중권과 미스터트롯의 한 수를 간파한 쪽이 표심을 얻지 않을까. 진짜를 골라내는, 아주 '버라이어티한' 구경이 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17/20200117034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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