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寄生蟲, 妓生蟲) 유감(7)
2020.02.22 19:54
(7)
고운 목소리를 갖고 태어나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여자애한테는 妓生이 되려고 그러느냐며 꾸중을 했겠지만 사내애들은 지게꾼(porter)이 되려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내가 어려 전주에 살 때나, 조금 커서 초등학교에 다닐 때, 골목에서 사내아이들이 구슬치기, 자치기, 팽이치기, 말 타기를 하며 놀고 있으면, 대개 어머니들이 나와, ‘나중에 커서 지게꾼이나 하면서 살려고 공부는 안 하고 놀기만 하냐?’며 불러들였다. 사실, 어른들은 아이들 노는 ‘꼴’을 못 보았다. 그래서 어린애를 ‘이’라는 존칭어로 바꾸어 ‘어린이’라는 명사가 태어난 것이다. 방정환 선생님의 창안이었다. 나는 지게꾼은 안 되어야겠다고 학교생활에 충실했다. 그러나 지금 2020년, 妓生蟲이라는 덫에 걸려 맥이 빠져버렸다.
‘설렁줄’이라는 진짜 창작 소설을 썼는데, 모 TV방송국 제작국장이 시나리오로 써보라는 추천과 격려에 신바람이 나서 두 달 만에 봉준호 방식의 방송용 스크립트 형식을 본 뜬 각본으로 각색해서, 그 국장도 만나고, 다른 영화계의 이사라는 사람들도 만났다가 정치판의 회오리바람을 실감하며, 앞이 캄캄해져 있다가 우연히 동창의 남편이 영화계의 대부라는 사실을 알고, 강릉 국제영화제까지 쫓아가 이름도 모르는 영화계 떨거지들에게 ‘설렁줄’에 관한 각설이 타령까지 해가며 굽실거렸으나 선뜻 제작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 (이런 긴 문장을 읽어본 일이 있습니까?)
봉준호는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때, 한 학기를 내가 담임하며 가르친 기억이 생생한 학생이어서, ‘설렁줄’ 시나리오를 우송하며, 그간의 인연을 들먹이고 면담을 간곡히 요청했으나 지금까지 답변이 없다. ‘설렁줄’이야말로 사극(史劇)이 아닌 가장 한국적 영화가 될 것이라고 자화자찬한 것이 그의 비위를 거스른 것 같다. 어느 동창은 재미가 있어서 한 번에 읽어버렸다고 했는데….
영화 ‘기생충’에 가정교사가 나오는데, 봉준호는 가정교사의 실제 애환을 모르고 있다. 본인의 가정경제가 가정교사를 해서 대학 등록금과 입에 풀칠해야 할 만큼 어렵지 않았고, 본인의 성격으로도 가정교사를 하면서 그 집의 눈치를 보며 꾹 참아야 할 사람이 아니다. 진짜 unique 한 성격을 갖고 있어서 남의 눈치를 보아야 하면 아무 일도 못할 창의성(創意性)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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