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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셰’ 명백인(明白人)

2024.04.02 09:01

심재범 조회 수:46

 
 

[만물상] ‘셰셰’ 명백인(明白人)

안용현 기자/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일러스트=이철원

 

국민당군에게 쫓기던 마오쩌둥이 공산당 선전 책을 써줄 외국 기자를 물색했다. 미국인 에드거 스노를 근거지 옌안으로 불러 인터뷰했다. 스노가 1937년 쓴 ‘중국의 붉은 별’은 공산당을 지나치게 미화한 내용이 많다. 거짓 수준의 ‘창작’도 있다. 그러나 중공에 대한 서방 인식을 180도 바꿔 놨다. 마오는 문화대혁명 도중에도 스노를 불러 대접했다. 스노의 책은 우리나라 586세대를 포함해 전 세계에 ‘마오쩌둥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스노는 중국의 1호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가 됐다.

 

▶1969년 중·소 국경 우수리강에서 충돌이 벌어져 200명 가까운 양국 군인이 전사했다. 중국은 소련의 핵 공격에 대비해 수도를 충칭으로 옮기는 계획까지 세웠다. 이때 미·일이 손을 내밀었다. 1970년대 미국은 닉슨 대통령과 키신저 박사, 일본은 다나카 총리가 수교의 물꼬를 텄다. 키신저는 100살로 사망할 때까지 중국을 100번쯤 갔는데, 매번 중공 최고지도자의 환대를 받았다. 1978년 덩샤오핑의 방일 당시 다나카 총리는 뇌물 사건으로 가택 연금 신세였지만 덩샤오핑은 다나카를 예방했다. 닉슨과 키신저, 다나카의 공통점은 중국과 가까워지려고 대만과 관계를 끊었다는 점이다. 중국은 세 사람을 ‘라오펑유’라고 부르지만 대만은 키신저를 “중국 대변인”이라고 했다.

 

▶중국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승절 열병식에 참가하자 ‘라오펑유’라고 불렀다. ‘박근혜 누님(朴姐·퍄오제)’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중국은 바로 낯빛을 바꿨다. ‘박 대통령 외교 정책은 최순실 영향’이라고 했다.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도 반미(反美)일 때는 “중국의 가장 중요한 친구”였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가 불거지자 ‘친구’라는 말이 사라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방중을 앞두고 “시 주석과 라오펑유가 되고 싶다”고 했다. ‘중국은 큰 산봉우리, 한국은 작은 나라’라는 헌사까지 바쳤다. 그런데 돌아온 건 8끼 혼밥이었다. 중국은 팔을 당기기도 전에 먼저 고개를 숙이는 상대방을 우습게 여기고 이용한다. 강대국이 아니면 더 우습게 본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셰셰(謝謝·고맙다)’ 발언에 중국 반응이 뜨겁다. 주요 포털에는 “사리가 밝은(明) 정치인” “정신이 멀쩡한 사람(明白人)” “절대적 친중” 등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은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을 쪼개는 틈으로 총선 승리가 예상되는 이 대표를 이용하고 싶을 것이다. ‘셰셰 이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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