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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박정희가 만난 네 도사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이 세상은 눈에 보이는 세계와, 눈에 안 보이는 세계로 이루어져 있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신비의 세계는 쪼그라들고 있다. 신비가 사라진 세상에는 돈과 명품, 그리고 출세와 권력만이 전부이다. 눈에 안 보이는 세계는 없는 것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신비를 어떻게 체험할 것인가? 이것이 어렵다. 운명에 대한 예언. 앞일에 대한 예언이 맞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세계관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1979년 기미(己未)년 정초였다. 중앙정보부에서는 당시 전국에서 가장 용하다는 도사 4명을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쳐서 청와대로 데리고 갔다. 돌팔이 데리고 갔다가는 문책을 당하니까 신중에 신중을 기한 선발이기도 하였다. 그 목적은 박정희 대통령의 신수를 보기 위해서였다. 22세의 서 도사, 50대 중반의 남자 도사, 그리고 60대 중반의 보살 할머니, 그리고 미아리 박 도사였다.

 

박정희 대통령이 긴장해서 앉아 있는 4명의 도사를 훑어보고 서 도사를 먼저 지명하였다. “자네가 가장 젊은 것 같으니까 먼저 이야기해 보게.” 군대 갔다가 제대한 지 얼마 안 되었던 22세의 새파란 젊은이였던 서 도사. 그는 대통령을 직접 눈앞에서 만나니까 굉장히 긴장했다고 한다. 긴장은 했지만 한마디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승진하시겠는데요.” “내가 대통령인데 승진할 일이 뭐가 있겠나. 좋다는 뜻이구먼!” 당시 4명의 도사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서 도사가 필자에게 술회한 내용이다.

 

승진의 본래 의미는 ‘승천(昇天)’이었다. 승천은 죽는다는 뜻인데 어떻게 대통령 면전에 대놓고 ‘죽는다’는 소리를 할 수 있었겠느냐고. 그래서 ‘승천’이라고 하려다가 순간적으로 ‘승진’으로 단어를 바꿨다는 것이다. 만약 이때 승천이라고 내뱉어버렸으면 서 도사는 그날 집에 못 갔을 수도 있었다. 서 도사의 아버지도 역시 도사였는데, 아버지로부터 평소에 ‘나쁘다는 이야기는 직설적으로 하지 말아라’는 교육을 받았다.

 

박정희 대통령은 서 도사 다음에 50대 중반의 중년 남자 도사에게 한마디 하라고 지명하였다. 그 도사 이야기가 가관이었다. “올해 10월 26일 술시(戌時, 오후 7~9시)가 안 좋습니다. 그날은 아무것도 안 하시고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김재규에게 총 맞은 게 이 시간이다. 당시 서 도사 본인도 한칼 있다고 자부심이 강했는데, 옆의 도사가 말한 술시 이야기를 듣고 ‘이 세상에 고수가 많구나’를 실감했다고 한다.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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