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텃밭 이야기 ... 이 초영
2023.06.19 11:37
지난겨울 CA.의 채소값이 껑충 뛰어서 파 한단에 값이 열배나 올랐다.
마트에서 파한단 집으면서 열배를 내려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다른 여자들도 한단을 만지작 만지작 하면서 안사고 그냥 돌아선다.
파를 안먹을수도 없고 20분 걸리는 한국마켙에 사러 가는것도 번거로워
이참에 집에서 길러먹자 하고 파뿌리를 모아서 창밑 좁은땅에 총총히 심고
화분 몇개에다 비료흙 잔뜩 채우고 쿡쿡 박아 놓았더니 한 100개가 훨씬 넘는다.
물, 비료 부지런히 주고 종일 했볕이 드니까 잘 자란다.
턷밭을 좀 넓히자. 화단 구석자리에 다다미 한짝만 하게 자리를 잡고 깻잎, 조선오이, 풋고추
모종을 사다 심었다. 조선오이는 심은날 밤에 어느 짐승이 홀랑 따 먹었다.
다람쥐, 달팽이, 토끼들이 텃밭채소들을 따먹는것을 막으려고 철망을 둘렀더니 철망때문인지
깻잎이 냄새가 나고, 풋고추잎이 맛이 없는지 짐승들이 안 따먹고 풋고추도 맻히고 잘자란다.
그런데 잘자라는 깻잎에 구멍이 숭숭 나고 꼬부라 들고 잎사귀 갉아먹는 벌래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벌레약을 뿌려야 한다는데 농약뿌리는것이 싫어서 유기농으로 키우려고 식초 희석시킨 물을 뿌렸다.
조금 도움이 되는것 같으나 완전퇴치는 안된다. 자고 일어나면 구멍이 생겨 잎을 따버리려니 속이 상하다.
크게 자랄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구멍이 생기기 전에 먼저 따자 하고 매일 20개정도 따서 잘 먹는다.
날씨가 더워지니 파가 쑥쑥 자라고 키도크고 굵어져서 모두 땄더니 제법 수북히 쌓였다. 파김치 담그자.
무채 가늙게 갈고 까나리액젓으로 양념하고 고추가루 듬뿍 쳤더니니 농약을 안쳐서인가 파는것 보다
부드럽고 맛이 있다. 아침에 딴 깻잎에 밥과 함께 얹어 먹으니 제법 맛이 좋았다.
우리구역 교인중에 어제 퇴원하신 90세 장노님이 병원밥에 질려서 식욕을 잃었다는 말을 듣고 파김치
담은것 한그릇 갔다 드렸다. 오랫만에 맛있게 밥 잘먹었다고 전화를 주셨다.
손바닥만한 텃밭 가꾸는것도 농사라고 게을리 할수가 없어 물주고 잡초뽑고 비료도 주고 30분, 40분,
햇볕쪼이며 움직인다. 7월이 되면 낮더위를 피해 아침일과로 해야겠다 마음 먹으며,
여름 내내 하로도 쉬지않고 쏟아붓는 농부들의 수고와 땀방울의 수확이 정말 값진 열매로구나,
벌래먹는 깻잎을 보며 가슴 아프고 속이 상한데 수확철에 비,바람의 자연재해로 농작물의 피해를
입는 농부들이 얼마나 슬플까 이해가 된다. 금년 수확철에는 자연재해의 피해없이 모든 농부들이
오곡백과가 풍성하게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게 된다.
이웃 한국부인들이 그 연세에 매일 텃밭을 가꾸시니 운동도 되고 건강하시다고 ,,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인데도 그래, 두발로 종종 거리고, 허리 꾸부리고, 텃밭 가꾸는것도 건강하니까 할수 있겠지,
기운이 나고 기분도 좋아진다.
이렇게 멋없이 보내는 내 하로 이야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밑 좁은 땅에 죽 심고, 화분에도 꽉차게 심은 파밭. 일주일에 한번씩 크게 수확합니다.
모종 덤성 덤성 심고.
잘 자라다가 구멍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연한 파가 꽤 쌓였어요.
연한 파김치가 꽤 많아요.
두 그릇에 담아 놓고
퇴원하신 장노님께 갔다 드렸어요.
이 두배가 되는 나의 텃밭. 매일 아침 20개정도 땁니다.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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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2023.06.1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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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2023.06.20 06:28
동연아, CA. 촌 할마이 시시한 이야기를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치켜 세워주는 너.
재미있다고 용기를 주는 너의 우정이 고마워.
서울 동창들의 모임소식, 명승지를 같이 다니는 사진들을 보며 부러운 마음.
이곳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만남이야.
특별 소식도 없어 주저하다가 올렸는데 재미있게 봐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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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2023.06.19 20:09
초영아. 잘 지내는구나.
너만의 텃밭이 무척 흐뭇하고 자랑스럽겠다.
우리 늙으면서 이러한 취미로 노동을 하는게 다 건강을 위한거라 생각해.
먹음직스런 파김치가 사진으로도 입맛을 돋구어 주는구나.
너의 건강하게 생활하는 모습 종종 보여주렴. 건강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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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2023.06.20 06:41
은영아, 잘 지내지?
여기서는 서울동창들 같이 만나는 기회가 거의 없으니
혼자서 놀아야 되. 우리 단지안에 취미 동아리들이 많아
몇군데 참석하지만 시간끝나면 헤어지는 사람들 친구가
되기는 힘들어.
그날이 그날같은 일과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지내면서
감사하며 산다.
서울 동창들 반갑게 자주 만나면 세월가도 늙지도 않겠어. 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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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3.06.20 08:57
이초영님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동화같은 텃밭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흙냄새 향긋이 코끝에서 풍기고 사람사는 인정이 가슴에서 철철 넘치는
태평양 건너 cA의 초영님의 집 텃밭에서는
거름섞어 흙에다 모종 사다 심어놓은 오이 파 고추 깻잎들이
제철을 만나 아침 저녁 물주고 진드기 없에주는 주인 마님의 정성을 입어
매일같이 쑥쑥 자라나고
수북이 뜯어온 무공해 싱싱한 파 단으로 맛나게 파저림해서 어려운 이웃에 인정을 베푸시니
이보다 더 고마운 이웃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사람 사는 향기가 물씬 풍기는 "나의 텃밭 이야기"에 한 번더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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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자
2023.06.20 09:52
초영아, 네 글 읽으니 너를 본 듯 반갑다.
허리 구부리고 종종걸을 치며 바지런 떠는 할머니
모습이 떠오르며 역시 초영이구나 한다.
텃밭 가꾸는 정성, 파김치 만드는 솜씨,
이웃에 베푸는 너그러움, 너의 심성과
우리네의 정서가 네 글솜씨에 흠뻑 녹아 있다.
네 텃밭이 푸성귀로 우거지기를 빈다.
풋고추도 맛있게 따 먹어. -
이초영
2023.06.20 13:51
영자야, 작가님, 편집위원님이 글평을 해 주니 고마워.
손바닥 만한 텃밭 이야기, 서울의 멋있는 고층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에게
들려 주려고, 주저하다가 올렸어.
이 여름 운동삼아, 햋빛 쪼이며, 열심히 텃밭 농사 지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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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2023.06.20 13:20
황영호님, 항상 따뜻한 글로 답글 주시는 동문님께 감사드립니다.
제 시시한 이야기를 사람사는 향기묻어 나는 글이라고 칭찬해 주시니
부끄럽네요.
고교 동창들이 보고싶고, 같이 하로를 즐기시려고 멀리서 오시는 영호님.
힘드시겠지만 보고싶은 친구가 있고, 반겨주는 친구가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항상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이 댓글이 왜 제일 밑에 적혀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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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
2023.06.20 15:51
이초영님 내외분 안녕하시지요
파 한 단에 10배가 뛰어 크게 자극을 받으신 것 같네요
텃 밭에 몇 가지 귀중한 농산물을 심으시고 벌써 수확을 걷으셨군요
그 과정을 소소하게 표현하신 글이 좋아서
마치 문학 작품을 읽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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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2023.06.21 09:42
이태영 회장님 안녕하세요?
매번 올리시는 서울의 명소 사진, 이렇게 볼거리가 많은곳이 서울시내에
있으니 은퇴자들이 차없이도 즐길수 있구나 부럽습니다.
산책회 멤버들이 고궁을 찾이 산책하며 하로를 즐겁게 보내시는 날이
손꼽아 기다려 질것 같아요. 즐거운 일들이 많으니 동문님들이
모두 젊고, 활기차 보이시네요.
재미없는 저의 이야기 읽어 주시고, 답글 주시니 감사합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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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자
2023.06.21 05:49
이초영, 늘처럼 미소 가득히 열심히 텃밭을 가꾸는 너의 모습이 눈에 서언 한 글,
나도 웃으면서 한숨에 읽었어.
첫째, 무엇보다 건강한 팔다리 운동하며 가꾸는 즐거움과, 거두어 드리는 기쁨,
그리고 입맛다시게 하는 파김치, 한가득 담아 이웃에 갖다드리는 따뜻한 마음,
늘 소녀같은 마음으로 명랑하게 살고있는 초영이, 참 부지런하고 용하구나.
그 맛좋아 보이는 파김치, 한젓가락 맛보고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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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2023.06.21 10:05
승자야, 오랫만이네. 잘 지내지?
아직 덥지않아 Minn.호숫가 산책하기 상쾌하고 좋을것 같아.
재미도 없는 내 이야기 웃으며 읽었다니 고마워.
바닷가에 나가는 것도 뜸해지고, 10년 가까이 살면서도 마음맞는 친구 하나
사귀지도 못하고, 혼자서 놀며, 그래도 세월은 어김없이 잘 간다.
박완서의 수필 "일상의 기적"을 몇번씩 읽으며 무탈한 일상에 감사하면서 지내고 있어.
우리 건강하게 여름 보내자.
초영아, 어떤 이야기보다 아름다운 '나의 텃밭 이야기'구나.
너무 귀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야. 우선 깨끗하고 정성이 들어갔으니
맛은 당연히 좋겠지. 텃밭을 가꾸는 이야기가 더 재미있구나.
파김치도 먹음직스럽고 이웃할머니의 입맛을 살아나게 해준 이야기도 아름답네...
깻잎에 새우 썰어 넣어서 전 부친다는 아이디어 당장 내가 가져다 해봐야겠다.
좋은 이야기 알려줘서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