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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에 얽힌 이야기"

뜸부기 할머니

 

 

"이글은 1981년 경향신문에 게재된 글과

가족들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예술인마을 사람들은 이동네에 살았던 한 노부인을 이렇게 부른다. 얼핏 들으면 할머니가 뜸부기를 사육하거나 뜸부기장사를 하는것 쯤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이 할머니는 끝내 돌아오지 않은 오빠를 그리워하다 작고하신 동요 <오빠생각> 의 작가 최순애(1914 ~ 1998) 여사다. 이웃에 사는 시인 서정주씨가 동요의 첫귀절을 따 붙여준 애칭 <뜸부기할머니>가 그대로 별명이 돼버린 것이다. "결국 오빠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일경에 쫓겨 숨어다니다 건강을 다쳐 요절하고 말았죠, 지금도 그옛날의 성터(어렸을때 살았던 수원성곽)와 오빠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고 평소 말씀 하셨던 <뜸부기할머니> 는 1998년 6월 28일 향년 85세 일기로 별세 하셨다.

 

 최순애 여사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우리오빠 말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누구나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선생님의 풍금 반주에 맞춰 불렀을 동요다.

어린 시절이 아련하게 떠오르게 하는 그런 노래인데. 노래 가사처럼 오빠가 서울 가면서 나중에 비단 구두를 사다주마 하고 약속했지만 뜸북새와 뻐꾹새 우는 봄, 여름이 지나 기러기와 귀뚜라미 우는 가을이 되어도 소식조차 없기에 나뭇잎 떨어지는 마을 언덕에서 오빠를 기다리는 어린 여동생의 안타까운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오빠생각> 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25년 11월에 방정환 선생님께서 발간하시던 아동잡지 <어린이>에서 동시를 모집했는데, 당시 12살이던 최순애 학생이 자신의 실화를 시로 옮긴 <오빠 생각>으로 입선했다. 그리고 이듬해 4월에는 16세 소년이었던 이원수 학생이 <고향의 봄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란 동시로 입선자가 되었다.

 

어린이 잡지 

 

<어린이> 에 실린 <오빠생각> 을 보고 마산의 문학청년 이원수가 팬레터를 보내면서 시작된 펜팔교재는 10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이를 계기로 수원에 살던 최순애 소녀와 마산의 이원수 (1911 ~ 1981) 소년이 1936년 마침내 부부가 되었다. 그러니까 <오빠 생각>과 <고향의 봄>이 서로 결합된 것이다. 2남2녀를 기르며 집안살림을 꾸려 나가느라 동요를 더 쓰지는 못했지만 대신 신앙생활에 몰두, 임종하시기 까지 독실한 신자였다고 한다.

 

이원수 선생과 최순애 여사 

 

 

1925년은 일제가 강력한 문화정책을 펼치면서 우리 민족을 억압하던 시기였다. 그러기에 많은 청년들은 고향에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지 못하고 만주나 간도 등지로 떠날 수 밖에 없었다. 학도병이나 징용으로 끌려가고 정신대로 끌려간 우리 혈육들의 엄청난 슬픔과 고통을 생각하면 아직도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야만적 작태를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수원 장안문에서 화홍문에 이르는 성곽

성곽 밑으로 이렇게 산책로가 있다. 조금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반복하면 성을 따라 계속 이어져있다.

 

당시 12살의 다정다감한 소녀이던 최순애는 수원시 북수동 장안문에서 화홍문에 이르는 성곽 바로 아래동네에 살았다. 성벽을 따라 산길을 오르면 나지막한 산이 이어지고 솔숲이 우거져 사시사철 산새가 날아와 울었다. 최순애는 날마다 학교가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산등성으로 올라갔다. 북녘하늘을 바라보며 돌아오지 않는 오빠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보다 8살이 위인 오빠 최영주(본명 최신복)는 배제학교를 거쳐 일본에 유학하고 돌아온 그는 어린이를 대상으로한 애국계몽운동을 벌였다. 한때는 수원서 화성소년회를 조직한일도 있으나 곧 서울로 올라가 방정환. 마해송. 윤석중과 함께 색동회를 만들어 어린이운동을 펴는가 하면 <개벽> <소년> <어린이> 등의 잡지에 세계명작을 번안, 연재하는 일을 하시며 뛰어난 편집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일본관헌의 요시찰 인물이었기 때문에 숨어지내는 경우가 많아 고향에 다니러 오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돌아올줄 모르는 오빠를 최순애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철따라 울어대는 뜸부기. 뻐꾸기. 기러기.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그리움을 더해줬다. 소학교 4학년이던 1927년 그 오빠를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은 동시가 <오빠생각> 이다.

 

<오빠 생각>으로 문단에 나와 윤석중, 이원수, 서덕출과 함께 '기쁨'의 동인으로 활약하며 동시 <그림자> <우산모자> <가을> <낙엽> <애기와 별> 등을 발표하였다.

 

오빠생각의 주인공 최영주,최순애,이원수,방정환 

 

최순애의 딸이 쓴 오빠(외삼촌)이야기 / 발췌

 

"이후 꾸준히 동요를 발표했는데 동시집을 내려고 준비한 원고가 6·25 전쟁 중에 타버려서 남아있는 시는 몇 편 되지 않습니다.

 

처음 어머님이 쓰신 동시엔 비단구두가 아니고 비단 댕기 로 지은 것을 외삼촌(최영주:최순애의오빠)께서 비단 구두로 고치 셨다고 합니다."

 

"외삼촌은 방정환의 무덤을 만들고 묘비를 세운 일로도 유명합니다. 방정환선생님이 세상을 떠나고 무덤도 없이 홍제원 화장장 납골당에 모셔진 것을 가슴 아프게 여겼던 외삼촌은 윤석중선생님과 뜻을 모아 망우리 아차산에 방정환 묘를 만들고 묘비도 세웠습니다. 그후 외삼촌도 1944년 38세의 젊은 나이에 인후암으로 세상을 떠나 방정환선생님 옆에 묻히셨습니다."

 

부모님 결혼식 후에 외가에서

좌로 부터 아버지, 어머니 외숙모, 막내이모 앞줄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외삼촌 자녀들

 

 

1980년 이원수 선생이

대한민국 문학상 아동문학부문 본상을 받았을 때 모습

 

좌로부터 수필가 조경희여사, 이진희 문공부장관, 어머니 최순애여사,국악인 김소희여사

 

아버님 예술원상 시상식 날

 

 

최순애-이원수 선생의 따님들, 영옥씨(오른쪽)와 정옥씨 

 

 

작곡가 박태준(1900∼1986)

 

기럭 기럭 기러기 북에서 울고

귀뜰 귀뜰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잡지에 실린 동요를 보고 감명을 받은 25세의 청년 작곡가 박태준이 곡을 붙여 발표하면서 이 노래는 삽시간에 번져갔다.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속에까지 이 노래가 깊이 파고든것은 나라없는 설움과 가족을 빼앗긴 한이 맺혀있었기 때문이다.

 

최순애만의 기다림이 아니라 온국민의 기다림이었다.

 

오빠를 기다리는 누이,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 자식을 기다리는 어버이,그리고 조국의 광복을 기다리는 겨레의 마음이 이 노래를 불렀다.

 

"서울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라는 마지막 구절을 작곡할때는 흐르는 눈물이 5선지를 흥건히 적셨다는 박태준의 회고가 당시의 정황을 잘 말해주고 있다. 덕분에 박태준과 최순애의 이름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박태준은 최순애를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다. 다만 그녀가 훗날 아동 문학가 이원수의 아내가 되었다는 소식만을 전해 들었을 뿐이었다.

 

대구태생으로 계성중학을 거쳐 평양숭실전문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인 음악공부를 시작한 박태준은 대학시절에 이미 작곡가로 이름을 날려 <가을밤 '가을밤 외로운밤 벌레우는밤~'> <맴맴 '아버지는 나귀타고 장에가시고~'>과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제일 먼저 배우는 <새 나라의 어린이> <동무 생각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등의 한국적 정서가 담긴 가곡과 동요를 150여 곡이나 남기셨다.

 

선생님은 윤극영 선생님과 더불어 1920년대 초부터 한국 최초로 동요를 작곡하신 분이고, 우리나라 합창음악의 선구자로서 현제명, 홍난파 선생님과 함께 우리나라 초기 서양음악의 개척자로 음악발전의 터전을 다지셨고, 이은상과 만나 주옥같은 예술가곡을 만들었다.

 

뒤늦게 도미유학길에 올라 웨스트민스터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숭실전문대학 교수, 연세대 음대학장등을 역임했다.

 

 

 오빠생각 / 이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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