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함께하는 부고인
  
함께하는 부고인
  

공산당의 무서운 찻집

2024.03.09 10:04

이태영 조회 수:82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공산당의 무서운 찻집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일러스트=김성규

일러스트=김성규

 

중국인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하다고 꼽는 일곱 가지의 물건이 있다. 연료[柴], 쌀[米], 기름[油], 소금[鹽], 장류[醬], 식초[醋], 그리고 찻잎[茶]이다. 중국인들은 이를 “삶에서 해결해야 할 일곱 가지 일(開門七件事)”이라고 부른다.

 

이 가운데는 ‘생필품’으로 보기 어려운 물건도 있다. 간장이나 된장을 가리키는 장류, 그리고 식초 등은 생활필수품이라고 하기보다는 조미품(調味品)에 가깝다. 음식의 ‘맛’에 몰두하는 중국인의 기질을 엿볼 수 있다. 음료에 해당하는 차는 더 그렇다. 일종의 기호품(嗜好品)이라고 해야 좋을 품목이지만, 중국인들은 삶에 꼭 필요한 물건으로 이름을 올렸다. 찻잎 값이 매우 비쌌던 당(唐)과 북송(北宋)을 지난 뒤에 생긴 현상이랄 수 있다.

 

중국인 일상에 이 차는 늘 등장한다. 특히 손님을 대접하는 경우의 대객(待客) 예절에서 찻잎의 쓰임새는 매우 많다. 차 마시기를 권한다는 뜻에서 ‘청차(請茶)’라고도 하는 중국 특유의 이 격식과 예절은 제법 은근하다. 손님이 당도하기 전 물을 끓여야 하고, 도착한 손님에게는 찻잎의 종류를 설명하며, 진한 맛을 좋아하는지 여부 등을 먼저 물어야 한다. 이어 손님이 사용할 찻잔을 적당한 온도로 덥히다가 찻잎을 씻은 뒤 우려내기에 들어간다. 나름대로 인정미 넘치는 격식들이다. 그 뜻은 남을 공경하면서 정중하게 대접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요즘 집권 공산당이 “차 한잔 마시자”고 하면 일반 중국인들은 벌벌 떤다. 불러다 조사를 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열 잔의 차(十杯茶)’가 유행이란다. 간첩 행위를 포함해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열 가지 혐의에 걸리면 공산당의 ‘찻집’에 초대를 받는다는 내용이다. 공경과 중후함의 전통 예법은 사라지고 공산당의 살벌한 다례(茶禮)가 기승을 부린다. 더욱 짙어지는 중국의 그늘이다.

 

출처/  조선일보 전문가 칼럼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8411 서울에도 수정궁과 에펠탑이 있다 [4] 이태영 2024.04.08 86
18410 4월 첫 주말의 석촌호수 [8] 김동연 2024.04.07 96
18409 내가 먼저 봄이 되어야지 [2] 심재범 2024.04.07 48
18408 봄이 오는 소리 최종봉 2024.04.07 31
18407 영국 某신문사의 懸賞퀴즈 [2] 최종봉 2024.04.07 22
18406 좋은 시와 음악 [3] 최종봉 2024.04.03 43
18405 명화와 음악 [2] 최종봉 2024.04.03 33
18404 인복 [3] 최종봉 2024.04.03 40
18403 도심속 힐링 휴식공간 [6] 김동연 2024.04.03 51
18402 ‘셰셰’ 명백인(明白人) [1] 심재범 2024.04.02 46
18401 윤대통령 최후통첩 [2] 김동연 2024.04.01 50
18400 덕수궁 석어당 앞에 있는 살구나무 [4] file 이태영 2024.04.01 96
18399 선비매화공원에서 봄을 만났습니다. [6] 황영호 2024.03.31 49
18398 총선 출마한 전과자들 전과 3범 이상은 누구? [2] 김필규 2024.03.31 86
18397 2014년 서유럽 여행기, 아일랜드 편 - 아름답지만 너무 추웠던 Connemara [2] 박일선 2024.03.31 12
18396 매화가 핀 길을 걸었습니다. [6] 김동연 2024.03.30 61
18395 인사회 모임은 4월 3일 예정대로 진행합니다. [2] file 이태영 2024.03.30 52
18394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2] file 심재범 2024.03.29 43
18393 “K방산, 중남미 시장도 뚫었다”… [2] 엄창섭 2024.03.29 74
18392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 [2] file 이태영 2024.03.28 92
18391 천연기념물된 구례 화엄사 ‘화엄매’ [6] 김영은 2024.03.27 90
18390 명동의 사람들 [4] file 이태영 2024.03.25 106
18389 ‘포항제철소 야간 경관 조명’, 562일만에 불 밝혔다 [3] 심재범 2024.03.25 66
18388 2014년 서유럽 여행기, 아일랜드 편 - Galway, 가장 아일랜드 도시다운 도시라는데 [2] 박일선 2024.03.24 34
18387 한번만 더 생각해 주는 사람 [9] 최종봉 2024.03.24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