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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70년·70대 특종]

<1>하와이 망명 이승만 전 대통령 단독 인터뷰(1961)

입력2024.02.26. 오전 4:32 수정2024.02.26. 오후 3:05 기사원문

 

편집자주

 

매일매일, 시시각각 한국일보 플랫폼은 빠르고 깊은 뉴스와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1954년 창간 이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거나 국민적 감동을 이끌어낸 수많은 특종이 발굴됐다. 지난 70년 다수의 특종과 사건 중 파장이 컸던 내용들을 연도별로 안배해 선정한 ‘70대 특종’을 매주 월요일 뉴스이용자들에게 소개한다.

 

 

4.19 혁명 이후 이승만 전 대통령의 하와이 체류 기간 중 국내 언론과 최초로 이뤄진 1961년 한국일보 인터뷰 기사.4.19 혁명 이후 이승만 전 대통령의 하와이 체류 기간 중 국내 언론과 최초로 이뤄진 1961년 한국일보 인터뷰 기사.

 

1961년 4월 30일 오전 9시 30분, 미국 하와이 트리플러(Tripler) 육군병원. 한국일보 정태연(1933~2013) 특파원이 16병동 388호실로 들어섰다. 어둡고 텅 빈 병실에 일순 놀랐지만, 바다가 보이는 건너편 베란다 나무의자에서 백발 노인을 찾을 수 있었다. 4.19 혁명으로 쫓기듯 하와이로 물러난 뒤, 이승만 전 대통령의 한국 언론과의 첫 인터뷰가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독재자의 카리스마는 사라졌어도 하와이 칩거 중에도 이 전 대통령의 관심은 온통 대한민국이었다. 안부 인사를 나누자마자, 망명 후 처음 만난 한국 기자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정은 요사이 어떻지?”, “(춘궁기 어려운 농촌 사정에 대해) 어떤 해결책이 있겠나”라고 물었다.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대답을 듣고는 “참 어려운 고비일 텐데…"라고 한탄하거나, 낙담한 듯 두 무릎 위의 양 손가락이 자꾸 경련을 일으켰다고 당시 기사는 전하고 있다.

 

이달 초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개봉 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진영 대결의 핵심 소재로 떠올랐다. △독립운동 자금을 착복해 호화생활을 누린 친일파 △6.25 전쟁 초기 북한 침략군에게 서울시민을 내던지고 도망친 독재자라는 나쁜 이미지는 조작이며, 역경 속에서 나라를 지켜낸 영웅으로 재인식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도 권좌에서 물러난 뒤, 이 전 대통령의 말년은 소홀히 다루고 있다. 병상에 누운 80대 노인 이승만의 열악한 상황과 조국에 대한 애틋한 심정은 당시에도 한국일보 지면을 통해서만 알려졌다. 열악한 통신 사정 탓에, 인터뷰 이후 며칠 걸려 비행기편으로 전달된 정 특파원의 원고와 사진은 5월 7일 자 한국일보에 <일요화제: 병상의 이승만 박사와 50분>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인터뷰에는 이 전 대통령의 병약한 상황이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병환은 어떻습니까’라는 물음에 “뭐 별로 염려할 정도는 못 돼. 등에 무엇이 나서 그 치료를 하고 있지”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조국으로 돌아오고픈 수구초심의 심정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본국으로 돌아가실 의향은 없느냐’는 돌발 질문에, 긴 한숨을 내쉬면서 영어로 “I wish to…”(의역:돌아가야 하겠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눈에 띄는 건 이 전 대통령을 통제하는 프란체스카 여사와 그에 대한 기자의 부정적 시각. 정 특파원은 한가롭게 브라질 원산 화분을 자랑하거나, 사진을 찍을 때 여사가 대통령을 다그치는 행태를 가감없이 묘사하고 있다. 한국일보와의 인터뷰 이후에도 이 전 대통령 건강은 크게 회복되지 못했다. 1965년 7월 19일 하와이 현지시간 0시 35분 마우날라니 요양원에서 심장병으로 서거했다. 향년 90세.

 

이 인터뷰는 한국일보 70년사에서도 끈질기게 특종을 쫓는 한국일보 정신이 발휘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병원 당국과 프란체스카 여사의 엄격한 통제로 미국 언론조차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정 특파원은 안내 데스크, 미군 간호부장, 프란체스카 여사 등 ‘세 관문’을 뚫어냈다. 그리고 이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16병동 388호실에 접근할 수 있었다. 인터뷰 기사는 이 전 대통령 동향에 관심 많았던 국내 독자들의 주목을 끈 것은 물론, 생애 말년 이 전 대통령의 행적과 심경을 추측하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코리아타임스 사장(1986년)을 지낸 정태연 특파원은 1965년에도 비슷한 해외 취재 특종을 해냈다. 차균희 농림장관의 70대 노부모가 중공(당시 호칭) 당국의 특별조치로 귀환하는 상황을 재빨리 확인, 경유지 홍콩으로 날아가 경쟁지를 따돌리고 단독 인터뷰(1월 21일 자 보도)에 성공한 것. 정 특파원은 생전에도 종종 그가 이룬 일련의 특종에 대해, "한국일보 특유의 조직문화가 이뤄낸 성과"라고 정의했다.

 

 

정태연 특파원의 1965년 당시 차균희 농림장관 노부모와의 홍콩 인터뷰 기사.

 

출처  한국일보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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