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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지막 환자도 백령도서 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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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익 백령병원장 취임 10년 맞아

 

27일 인천시 백령도 백령병원에서 병원장 취임 1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최덕진 백령초등학교 교장, 권태균 해병대 6여단장,
이두익 백령병원장, 박혜련 옹진군보건소장, 임상훈 백령면장. /고유찬 기자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27일 이두익(76) 백령병원장 취임 1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권태균 해병대 6여단장과 주민들은 이 원장에게 감사패를 줬고, 한덕수 국무총리의 감사 편지도 전달됐다. 주민들은 이 원장을 위해 색소폰 공연을 했다. 최덕진(54) 백령초등학교 교장과 백령도에 한 명뿐인 약사 최영덕(76)씨가 공연에 참여했다.

이 원장은 “매 순간이 추억이었고, 환자들의 작은 감사 인사와 웃음이 힘이 됐다”며 “수많은 환자를 치료했지만, 오히려 내가 치유받았던 10년”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원장님 같은 분들이 계셔서 국민이 의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존경한다고 생각한다”며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주민들과 군 장병들을 위해 10년간 묵묵히 인술을 펼쳐 오신 데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백령병원은 백령도에 하나뿐인 병원으로, 군인·주민 1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1960년 ‘김안드레아병원’으로 처음 개원했고, 2014년 건물을 새로 지어 재개원해 지금의 백령병원이 됐다. 백령 주민뿐 아니라 인근 대청도·소청도 주민도 이 병원을 찾는다고 한다.

이 원장은 지난 2014년 취임했다. 이 원장과 백령도의 인연은 각별했다고 한다. 그는 1973년 경희대 의대를 졸업하고 25세에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백령병원(당시 김안드레아병원)에 머물며 군의관 생활을 했다. 군의관 부임 당시 이 원장의 첫 근무지는 오산공군작전사령부였다. 백령도에 있던 군의관이 건강 악화로 전출 간 뒤 후임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고, 이 얘기를 들은 이 원장은 백령도 근무를 자청했다고 한다.

당시 백령도 상황은 열악했다. 그는 “당시에는 원장 1명과 내과 레지던트 1명, 그리고 저를 포함해 군의관 2명이 근무했다”며 “워낙 작은 병원이었고 지금보다 교통편도 불편하다 보니 군의관들이 출산을 도왔고 제가 도운 분만도 4건이 넘는다”고 했다. 이 원장은 낮에는 해병 부대에서 장병들을 돌보고, 퇴근 이후엔 병원에서 주민 진료를 봤다.

인하대 의료원장을 지낸 이 원장은 지난 2012년 정년 퇴임 이후 백령도 시절이 그리웠다고 한다. 백령병원이 신축 개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호기심에 자신이 일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이 원장은 “병원장을 못 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병원 측에서 문의한 나에게 원장직을 조심스럽게 제안했다”고 했다. 그는 교사였던 아내에게 이 사실을 얘기했다. 아내는 “노년을 그런 곳에서 교육 봉사 하며 보내는 게 꿈이었다”며 적극적으로 이 원장의 백령도행을 지지했다고 했다.

백령병원 운영은 쉽지 않았다. 가장 어려웠던 건 산부인과 의사를 구하는 것이었다. 2021년 4월 근무하던 공보의가 근무지 변경을 신청해 백령도를 떠나며 병원 산부인과는 휴업 상태였다. 수소문 끝에 지난달 전문의 오혜숙(74)씨를 영입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던 오씨는 이 원장과 면담 뒤 “백령병원은 내가 필요한 곳”이란 생각을 굳히게 됐다고 했다.

백령병원 의사 9명 중 이 원장과 오씨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은 공보의다. 이 원장은 “섬에 오래 머물며 주민들의 건강을 꾸준히 챙길 수 있는 전문의가 절실하다”며 “정년 퇴임한 교수님들이 병원에 적극 자원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첫 환자를 받았던 백령도에서, 내 마지막 환자를 받는다는 각오로 힘닿는 데까지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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