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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부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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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오랜만에 부고 홈피에 글을 올립니다. 인사회 제 2대 회장을 했으나 오랫동안

인사회를 떠나있다 보니 글 올리는 방법을 모두 까먹었습니다. 그래서 박일선 동문의

도움을 얻어서 이 글을 올립니다. 

 

 제목에 나오듯이 홍춘미 동문의 따님 조경아 작가의 세번 째 장편 소설 "집 보는 남자"를 소

개드립니다. 남의 부탁을 받고 "집을 봐주는 남자"가 아니고 자기 살 집을 사려고 " 집을

보러 다니는 남자"입니다.

 

 경아양은 수년간 나와 KBS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도 있답니다.

 

Book Cover.jpg

 

 

《작가의 말》

 

 "집 보러 왔습니다!"

 

 언젠가 이사할 집을 찾기 위해 낯선 사람들의 집을 보러 간 경험이 있다. 성인이라면

아마도한 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어쩌면 남의 집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강렬한 인상에서 출발했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새집이 아닌 누군가 살고 있던 집을 보게 되는 경우 참으로 생경하고 충격적인

상황에 놓이기 쉽다. 어떤 집은 내가 살고 있는 집보다 너무 깔끔하고 정리 정돈이

잘되어 있어 놀라기도 하지만, 또 어떤 집은 너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줘서 마치

누군가의 속살을 들여다본 것처럼 민망해지기도 한다. 어떻게 자신의 사적인 공간을

저렇게 무방비 상태로 보여줄 수 있을까 의문이 들다가도, 다르게 생각해 보면 한번

보고 다시 볼 일이 없는 사람이니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안일한

생각의 틈을 비집고 다른 무언가를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집 보는 남자 테오처럼. 

 

 집은 그 어떤 곳보다 우리의 본모습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며, 세상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숨길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들의 집은 여러 가지

의미로 위태로운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집의 값어치가 손에 닿기도 어려울 정도로

커져서 그 무게에 평생 짓눌리거나, 집에 대한 탐욕으로 사기를 치고 당하면서 또

누군가는 인생의 나락을 경험하기도 한다.

 

 집이 나인지 내가 집인지 모를 정도로 우리가 집이라는 곳의 가치를 혼동하고 있는

요즘, 어쩌면 나는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있는 우리들의 집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누군가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을 보고 싶습니다.”

 

 집 보는 남자 테오는 늘 이렇게 말하며 낯선 사람들의 집을 보러 다녔다. 마치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동화 《파랑새》에서 파랑새를 찾아다니던 주인공 딜딜(Tyltyl)과

미틸(Mytyl)처럼, 세상과 벽을 쌓고 집이라는 공간에 갇혀 살아가던 테오는 다른

사람들의 집을 통해 그들과 소통하고, 협력하고, 반목하며 자신의 억압되고 뒤틀린

정체성을 조금씩 찾아가는 인물이다. 테오라는 인물을 통해 나는 익숙하지만 낯설고

안전해 보이지만 살벌할 수 있는 우리들의 집을 독자들이 좀더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기를 희망하며 가장 작은 나의 우주, 나의 집에서 이 글의 마침표를 찍어 본다.

 

 

[프로듀서의 말]

 

 영화〈기생충〉에서도 잘 보여졌다시피, 한국에는 '이상한 집'이 꽤 많습니다. 인구

밀도가 높은 서울에는 특히요. 입주할 사람은 많고 자투리 공간이라도 활용하여 집을

만들다 보니 거실 벽이 육각형이거나, 화장실 변기가 공중에 떠 있다시피 위치해 있거나,

방 하나가 밖으로 분리되어 있거나...... 2~4평 짜리 공간의 '집'도 있지요.

 

 그렇다 보니 남들에게 멀쩡히 보여 줄 수 있는 '내 집' 한 채 갖는 것은 부러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한국인에게 집이란 무엇일까요? 흔히들 '내 집 마련의 꿈'이라고 이야기하지

만, 정작 '본인이 원하는 집'은 무엇인지 디테일하게 물어보기 시작하면 '일단 무조건 큰 집'

외의 요소에 대해서 시원스레 대답하는 사람은 드믑니다. 소설 <집 보는 남자>의 주인공인

테오는 남들의 기준에서 봤을 땐 꽤나 '특이한 사람'으로 분류됩니다. 꼭 필요한 때가 아니면

남들과 어울리려 하지 않고, 좋아하는 음식은 토마토뿐인 극도로 예민한 사람이죠.

 

 그런 태오의 가장 큰 취미는 '집을 보는 일'입니다. 집을 보면 굳이 사람과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그 사람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는 신묘한 능력을 지녔고요. 테오는 다양한 집을

보면서 명탐정처럼 사건을 추리해 나갑니다. 그러면서 점점 그의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이

생겨나고, 마지막에는 테오 '본인이 원했던 집'을 어렴풋이나마 얻게 되지요.

 

 저는 프로듀서로서, 이것이 소설 《집 보는 남자》의 가장 빛나는 지점이 아닐까 합니다.

테오가 그토록 꼼꼼하게 재 보았던 '좋은 집'의 체크 리스트와는 관계없이, 역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인 집이야말로 '나의 집'처럼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집을 둘러싼 사건도

흥미진진하지만, 테오와 그 주변인들과의 케미를 중점적으로 작가님과 소설 속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던 지점이 가장 기억에 남은 것도 이러한 연유이리라 생각합니다.

 

 안전가옥과 처음 작업해 주심에도 불구하고, 항상 스토리 PD들의 피드백을 잘 따라와

주시고 테오라는 매력적인 '집 보는 남자'를 만들어 주신 조경아 작가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테오가 '탐정의 집'에서 본인이 원하는 집이 무엇인지 좀 더 알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바람을 마지막으로 남기며, 독자 분들도 부디 '나만의 좋은 집'을 찾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안전가옥 스토리 PD 임미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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