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군인 헌신에 감사하는 풍토, 이것이 보훈이고 국방
2024.01.19 14:13
일상에서 군인 헌신에 감사하는 풍토, 이것이 보훈이고 국방
사설 /조선일보
한겨울 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도 초병은 잠들지 않는다. 강원도 철원군 6사단 육군 청성부대 최전방 초소를 지키는 병사들은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능선을 따라 굽이치는 철책선 위로 어둠을 밝히는 경계등의 불빛이 눈부시다. /김지호 기자
휴가를 나온 육군 병장이 부대로 복귀하던 길에 식당서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우연히 합석한 20대 여성이 그 식사비를 대신 내준 사연이 전해졌다. 먼저 식당을 나온 이 여성은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급히 달려온 군인이 “고등어 백반 결제해주신 분 맞으시죠? 안 그러셔도 되는데 감사합니다”라고 하자 웃으며 “군인이셔서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군인은 “오로지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행을 받으니 가슴 한구석이 벅차올랐고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고 SNS에 썼다. 몇 달 전엔 군인이 주문한 음료 뚜껑에 ‘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손글씨를 적은 카페 알바생의 사연이 전해져 보훈부 장관이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군인의 식사비를 대신 내거나 “당신의 헌신에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것은 뉴스가 되지 않는다. 군인에게 감사해하는 게 일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웬만한 식당과 상점, 쇼핑몰에선 군인과 제대군인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줄을 서게 되면 대부분 군인에게 양보한다. 공항에선 “군인은 먼저 탑승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승무원들은 이코노미석에 앉은 군인을 찾아 “일등석이 비었으니 옮기시라”고 권한다. 관공서와 은행에선 일반 민원인보다 군인의 업무를 먼저 처리해준다. 그래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군인들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란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모든 강대국이 상무 정신과 그를 뒷받침하는 보훈 위에서 생존과 번영을 누린 건 우연이 아니다.
한국에서 군인은 오랜 기간 비하와 조롱의 대상이었다. ‘군바리’란 멸칭이 더 익숙했다. 어떤 대통령은 “군대 가서 썩는다”는 말까지 했다. 군사 독재의 영향일 수도 있고, 미군 주둔 탓에 안보관이 느슨해진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런 풍토 속에서도 우리 젊은이들은 군에 입대해 국방의 의무를 수행했다. 희생에도 여러 유형이 있지만 20대 청년의 군 복무에 비할 건 없다.
1990년대 이후에도 우리 군의 희생은 끊이지 않았다. 1996년 강릉 무장 공비 침투 때 12명이 전사했다.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한 2002년 연평해전, 46명이 전사한 2010년 천안함 폭침, 2명이 전사하고 16명이 다친 연평도 포격 도발, 부사관 2명이 다리를 잃은 2015년 DMZ 목함 지뢰 도발 등이 이어졌다. 이들의 희생 없이 우리의 일상은 존재할 수 없다.
군인은 우리 가족, 친구, 이웃이고 이들의 희생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준다는 사실은 평범하지만 너무나도 절실한 진실이다. 일반 시민들의 작은 감사 표시로도 군인들의 사기는 충천한다. 이제 김정은은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건강한 우리 청년들이 전선을 지키고 있다. 이들의 헌신을 감사히 여기는 국민이 버티고 있는 한 김정은의 협박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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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선
2024.01.19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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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
2024.01.20 19:24
식당에서 우연히 합석 군인의 식대를 대납해 준 여대생의 사연이 놀랍네요
사설을 읽고 이어서 박일선씨의 글을 읽고 나니 이런 사설이 등장한 이유를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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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4.01.20 21:52
엄동설한 불철주야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군인들에게 우리는 일상에서
그 고마움을 잊고 살지요.
어느 한 식당에서 휴가 나온 군인에게 한끼 식대지만 선뜻 대납해 준 여인은
평소에 군인에 대한 고마움을 깊히 마음에 품고있었던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올곧은 국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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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2024.01.22 22:19
군인들에게 감사한 마음 사실 적었었지요.
우리도 군인에게 감사한 마음 어릴때부터 가질 수 있도록 부모들이
노력해야할 것 같습니다. 군인을 대하는 미국사회의 분위기 우리도 배워야겠어요.
저는 어릴때 군인들을 좋아했는데 고등학교때 군복의 젊은이 두 사람을 사랑한 경험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육군, 한 사람은 공군이었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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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2024.01.22 22:36
미국에서 막네 졸업식에서 감동받은 일입니다.
졸업식 하기전에 군인들이 먼저 참석하여 모든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군인들에게 경의를 표한 다음에 졸업식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군인과 성수기를 중하게 여기는 미국의 풍토가 거룩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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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감동이 가는 글입니다. 미국에선 또 하나 군인들을 위한 부러운 전통이 있습니다. 미국엔 웬만한 도시에는 중앙공원 같은 곳에 꼭 그 출신의 전사 군인들을 추모하는 기념물이 항상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미국 유타 주 솔트 레이크 시티 한 공원에 있는 한국전쟁 전사군인 기념물인데 유타 주 출신 160여 명의 전사군인들을 추모하는 곳입니다. 1950년대의 유타 주는 인구 약 200만의 조그만 주인데 160여 명이 전사했다면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조그만 도시나 마을에 가면 그 곳의 전사자를 추모하는 기념물도 있습니다. 거대한 규모의 국립묘지보다 예를 들면 군이나 면 단위의 군인 전사자 묘지가 더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 우리 나라에는 그런 전통은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