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새해 인사
2023.12.31 09:40
70년 전 새해 인사
박돈규 기자/조선일보
해마다 이 무렵이면 신년 인사를 입에 달고 산다. 누군가 만날 때마다 주거니 받거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는 문자 메시지나 모바일 메신저에서도 이 시즌의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 복(福)은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고 어떤 바람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새해 표 많이 받으세요’(정계) ‘새해 복 많이 당기세요’(금융업계), ‘새해 복 많이 잡수세요’(외식업계), ‘새해 북(book) 많이 받으세요’(출판계). 분야마다 방점이 찍히는 자리가 제각각이다.
6.25 전쟁에 참전한 미군 병사들의 70여년 전 새해 인사 /청미디어
최근에 출간된 ‘사진으로 읽는 군인 백선엽’의 책장을 넘기다 203쪽에서 눈길이 붙잡혔다. 포격으로 황량해진 민둥산을 배경으로 미군들이 새해 인사를 하는 사진이었다. 6·25에 참전 중인 군인 11명이 큰 글자를 적은 종이를 든 채 카메라를 보며 웃고 있었다. 글자를 이어 붙이면 Happy New Year from Korea 1952. 그 흑백사진 옆에 ‘1951년 12월 14일 강원 금성 지구에 모인 미국 미주리주 출신 병사들이 새해 인사가 적힌 글자판을 들고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세 가지가 특별했다. 내일의 생사조차 가늠할 수 없는 전쟁터에서 새해 인사를 한다는 점이 그랬다. 사진에서 ‘나는 이렇게 건강하니 안심하세요. 내년엔 집으로 돌아갈 겁니다’라는 열망이 묻어났다. 둘째, 다들 밝은 표정인데 ‘Happy’ 글자판을 든 병사만 불행해 보였다. 집단이 한 가지 목표로 뭉쳐 있더라도 어떤 구성원은 비관하고 다른 방향을 바라본다는 사례였다. 마지막으로, 70여 년이 지난 그 새해 인사가 지금 여기에도 어떤 울림을 준다는 게 흥미로웠다. |
댓글 4
-
이태영
2024.01.01 15:15
-
황영호
2024.01.01 20:07
70년 전 새해 인사나 70년이 흐른 지금의 새해인사가
여전히 'Happy New Year'이거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이지만
내 나이 여든이 넘으니 새해는 건강하세요.하는 인사가 제일 반가운 말로 들리네.ㅎㅎ
-
김동연
2024.01.02 22:28
70년 전 새해인사를 하는 군인들의 모습보니 가슴이 저려옵니다.
얼마나 집이 그리웠을가요? 머나먼 낯선 나라에 와서 전쟁을 치르다니...
-
이은영
2024.01.03 12:28
70년전의 새해 인사는 더욱 애처러워 보입니다.
6.25 참전 미군들의 "Happy NEW year'
번호 | 제목 | 이름 | 날짜 | 조회 수 |
---|---|---|---|---|
18314 | 타이타닉호의 5배 , 역사상 가장 큰 크루즈선 첫 출항 [3] | 이태영 | 2024.02.01 | 87 |
18313 | 넘 재밌어서~~^^ [3] | 심재범 | 2024.02.01 | 68 |
18312 | 호수 빠진 남성 구한 뜻밖의 영웅 [4] | 박일선 | 2024.01.31 | 79 |
18311 | 설국으로 변한 백양사가 아름다운 시간 [5] | 엄창섭 | 2024.01.31 | 91 |
18310 | 삼성그룹 회장 故 이건희, 다시 돌아본 그의 초상 [2] | 김필규 | 2024.01.30 | 130 |
18309 | 수원 스타필드 별마당도서관 [6] | 이태영 | 2024.01.28 | 108 |
18308 | 감사 [5] | 최종봉 | 2024.01.27 | 60 |
18307 | 건강을 지키는 10계명 [4] | 최종봉 | 2024.01.27 | 46 |
18306 | 산우회 신년모임 [10] | 김동연 | 2024.01.26 | 101 |
18305 | 인플루언서 습격한 갈매기, 낚아챈 건 새우깡이 아니었다 [4] | 이태영 | 2024.01.24 | 95 |
18304 | 기관사가 전하는 한마디 [4] | 엄창섭 | 2024.01.23 | 136 |
18303 | <Elson Park's Family History> - 박일선 편집 출간 [7] | 김동연 | 2024.01.21 | 99 |
18302 | 좋은 우정 (友情) [2] | 심재범 | 2024.01.20 | 73 |
18301 | ‘불 뿜는 두루미? 합성은 아니다’ [3] | 이태영 | 2024.01.20 | 93 |
18300 | 대한민국 1호 밴드의 탄생! 밴드 뮤지션 '김홍탁" [3] | 김필규 | 2024.01.19 | 103 |
18299 | 일상에서 군인 헌신에 감사하는 풍토, 이것이 보훈이고 국방 [5] | 엄창섭 | 2024.01.19 | 91 |
18298 | 홍춘미 동문의 따님 조경아 작가의 소설 "집 보는 남자" 소개 [3] | 김영송 | 2024.01.19 | 85 |
18297 |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제주도를 건축으로 해석한 방법 [5] | 김동연 | 2024.01.18 | 56 |
18296 | 11회 동문 김영자의 따님 박혜원의 프랑스 예술기행2 [2] | 이은영 | 2024.01.16 | 103 |
18295 | 10년 뒤에도 졸업식이 존재할까 [3] | 엄창섭 | 2024.01.14 | 86 |
18294 |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마음이다. [4] | 최종봉 | 2024.01.14 | 42 |
18293 | 교복 입고 왔던 단골들, 마흔이 넘었네… [2] | 이태영 | 2024.01.14 | 94 |
18292 | 1월 17일 인사회 모임 [2] | 이태영 | 2024.01.13 | 84 |
18291 | 포스코센터와 송필 작품전 [8] | 김동연 | 2024.01.12 | 93 |
18290 | 2024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위성생중계 [3] | 최종봉 | 2024.01.12 | 33 |
6.25 참전 미군들의 'Happy New Year'
70여 년이 지난 그 새해 인사가 지금 여기에도 어떤 울림을 준다는 말에 공감이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