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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의 인연 ( 己貞 언니 ***)

2010.02.05 22:10

이신옥 조회 수:209

 



Key Biscayne Park  (1/2010)




내가 일하는 병원 약국의 회의실에는 한 2년전부터 삼성이 만든 대형 Monitor가 벽에
걸려있다.  그걸 처음 보았을때 나는 얼마나 놀랐고,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길에서 기아, 현대 자동차를 보게된것은 꽤 오래 되었지만 우리 병원에서
삼성 Monitor를 처음 만났을때의 느낌은 또 각별했다.


"우와~, 쌤~썽 (Samsung) Monitor가 들어왔네."
솔직히 내 살아 생전에 이런날이 올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 신이 나서 떠들었다.
저 Monitor를 누가 만든건지 아느냐고. 


거기 삼성이라 써있고, 삼성은 하도 유명하니까 새삼스레 왜 묻느냐는 얼굴들이였다.
"그게 아니라 저 삼성의 사장이 바로 내 高校 동기 동창이다."


다들 놀라는 표정이였다.  그리고 늘 그렇듯 속으로는 의아해 하는 눈치였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Florida州 만한 정도로 그 크기가 형편없이 작은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그런 대단한 사람이 어떻게 쟤 동창이 될수있단 말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시원스럽게 넓어서 글씨가 잘 보이는 그 monitor 를 대할때마다 힘이 난다.
갑자기 I feel I am not alone.


여기서 藥에 대한 강의를 들을때는 화면 한번 쳐다 보고, 삼성 이름 한번 쳐다 보고.  
내가  가장 무엇이나 잘해서 이런 날이 온것처럼 우쭐해지고, 더할수 없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된다.
마침 삼성의 故 이병철 회장님 탄신 100주년을 맞아 이야기가 나오니 나도 고마운 인사를 하고 싶다.


나의 작은 이모의 외아들, 그러니까 내 이종사촌 동생 박찬원은 평생 삼성에서 일을 했다.
찬원이는 내 바로 아래 동생 15회, 용한이와 같은 나이다.
지금은 은퇴를 했는지 정확한 지위는 모르겠으나 한때는 삼성 전자 사장도
지냈다고 한다.


지난 2003년에 만났을때 삼성에서 하는 무슨 화장품 회사로 갔다고 해서 농담반
진담반 Sample 좀 가져오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Sample 件은 들은척도 않고 과자를 들고왔다.  충분히 이해할수 있었다.


엄마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작은 이모는 갖 결혼한 새댁으로 찬원이와 그밑에
딸 찬주를 낳고는 육이오 사변때 이모부와 헤어졌다.
이모부가 그때 젊고, 똑똑하고, 배운 사람들은 거의 다 한번씩 혹했었다는
Marxism 에 빠진것이다. 




육이오 사변이 나기 직전에 이모부는 서대문 형무소에 구금되어 있었다.
젊은 새댁이던 작은 이모는 곱게 자주색 모본단 치마 저고리를 입고, 등에 
찬원이를 업고 우리집에 자주 들렀다.
엄마와 쉬쉬, 수근거리면서 방금 이모부 면회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가 육이오 사변이 터졌고, 이모부는 끝내 행방불명이 되어버렸다 .
이때부터 작은 이모의 고달픈 삶이 시작되었다.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사글세 방에 살면서 삯바느질에 잔치집 일에 안해본 것이 없었다.
나는 곱고 젊은 이모가 너무 안됬어서 재혼하는것이 좋겠다고 한마디했다가 엄마에게
된통 꾸지람을 들었다.  양반집에서는 말이라도 그렇게 하는것이 아니라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 일요일이면 찬원이는 우리 집에 자주 들렀다.
본래가 말도 없고, 신중한 그는 희죽 웃어 인사하고는 방에 들어 앉아 닥치는대로 책을 읽었다.
점심때가 되면 아무거나 주는대로 먹고는 또 책을 보다가 슬그머니 가버리곤 했다.


그때는 너나 없이 살기 어려워 솔직히 우리는 이애를 살뜰하게 보살펴주지 못했다.
우리집은 형제 7명에 사변통에 고아가 되어 같이 사는 사촌 언니까지 아이들 8명이
북적거렸다.  내 친구 하나는 우리집이 고아원 같다고 했다.


대학 입시때가 되어 찬원이는 서울 어느 대학에 응시했으나 낙방을 했다.
그때 우리집 건넌방에  앉아서 이모가 낙심하는 찬원이를 온갖 말로 위로하던 일이
바로 어제 같다.
옛날부터 절에도 다니고, 점도 잘 보러 다녔던 이모는 그냥 아들을 달랬다.
네가 부족한탓이 아니라 그 학교는, 위치가 네 인연이 아니여서 그리된것이라고.


그때 우리 형제 세명이 이미 서울대를 무사 통과했던 나는 이모의 이런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학교 위치가  인연이 없다니?  공부가 부족하니까 그렇게 된거지, 뭐."  나는 한껏 오만했다.


 이제 오랜 세월이 지나 나 자신이 엄마가 되고 나서야  나는 절실히 깨닫는다.
초등학교 문간에도 못가본 이모가 얼마나 똘똘한 엄마였는가를.


그때 나는 이모가 몹씨 가엽고, 딱했다.
남편 없이 고생하며 기르는 아이들이 학교라도 쑥쑥 들어가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모는 수십년이 지난 요즘에 와서야 속을 털어 놓았다.
그때 찬원이가 낙방한것이 얼마나 서운했던지 육이오때 이모부와 영영
헤어지게 되었던것보다도 더 섭섭했다고. 


찬원이는 이차로 성균관 대학을 들어 갔다.
졸업을 하고는 곧 삼성에 취직이 되었다. 
너무나 다행한 일이라고 했는데 그애는 일요일에도 회사에 나간다고 했다.
회사에 일이 없으면 회사 정원의 풀이라도 뽑는다고 했다.
착실하고 과묵한 성격의 그는 차근 차근 기반을 닦아 상무로, 또 무엇으로
사장으로까지 승진을 했다.


이모는 그림도 그리는, 학교 선생님 며느리를 맞고 살림이 피였다.
출근하는 며느리 대신 온갖 살림살이를 도맡았다.
이미 손자 손녀 하나씩 있는데도 자기가 길러줄테니 더 낳으라고 성화였다.
언니는 이모만 더 고생일테니 괜한 소리 말라고 말렸단다. 


절에는 더 열심히 다니며 아들의 앞날을 빌고, 식구들 신년 운수는 꼭 보러 다녔다.
그리고는 엄마에게 늘 말했단다.
자기는 아들 하나뿐이지만 남의 열 아들이 부럽지 않다고. 


  
나는 가끔 찬원이의 어떤 성격이 삼성에서 성공을 하게 만들었나 생각해 본다.
어쩌면 알듯 하면서도 사실은 도무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이모는 뛰어난 사주 때문이라 하지만 내게는 점쟁이를 데려다 놓고 면접을 본다는
소문까지 그럴싸하게 들렸다. 
어려서부터 많은 고생을 하며 살아온데다 본래의 과묵한 성격이 입사 면접 시험때
점수를 땄을꺼라 추측했을 뿐이다.   



그러나 오늘 삼성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찬원에 대한 웹 싸이트를 찾아 보면서
많은 실마리가 풀린다.


-- 코리아나 화장품의 신임 박사장은 지난 1971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하여
제일제당 상무 이사까지 역임하였으며,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삼성 자동차 마케팅 실장,
삼성 소비자 문화원장을 거쳐 지난 2000년부터는 삼성전자 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겸
학교법인 성균관대학교 상임이사를 지낸 정통 삼성맨이다.


-- 유상옥 회장은 2003년 새로 영입한 코리아나 화장품의 박찬원 사장을
`국내 최고 그룹에서 소비재 마케팅을 이끌던 합리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지닌 리더`로
평가하며 "온화하면서도 강직한 성품의 신임 박찬원 사장을 중심으로 코리아나 사원
모두가 믿고 따라 지난 하반기부터 지속된 침체 국면을 전환,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박 사장에 대한 깊은 신뢰를 표현했다.


-- 그의 저서 "당신이 만들면 다릅니다. (It's you who make a difference.)" 속의 구절들.


영원히 잘 팔리는 제품은 없다. 고객은 항상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고객만큼 변덕스럽고 싫증을 잘 내는 존재도 없다. 그러면서 고객은 현명해졌다.
무수한 제품의 홍수 속에서 고객들은 아는 것이 많아졌다.
고객에게 얼렁뚱땅 판매하려 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272쪽)


가격은 가장 심플하게 제품을 설명하는 수단이자 경쟁력의 원천이다.
경쟁 상품과 가장 단순하게 비교되는 것이 가격이기 때문이다.
----
품질과 가격이 부딪치는 건 늘 있는 일이다. 품질을 높이면 가격이 비싸져야 하고
가격을 낮추려면 품질 수준이 낮아져야 한다.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 수준과 가격이 안 맞을때 마케터는 고민한다.
제값 받으면서 싸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성공의 요체다.
가격보다 높은 가치를 만들어 가는 것이 가격 전략의 영원한 목표이다. (279쪽)



"기업은 사람이다" 라는 삼성에 찬원이가 일찍 발탁되어 한국 Marketing 의 개척자로 크게
자라난것은 전혀 우연이 아니다.  
사람을 볼줄 아는 혜안 (慧眼)으로 삼성은  여기 또 하나의  수익성 높은  투자에 성공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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