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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주의는 물러가라

2009.12.01 23:27

김필규 조회 수:138

 


아래 글은 싱가포르의 전직수상 리관유의 딸인 리웨이링이 올해 연초에 어디선가 한 연설문입니다. 리웨이링은 싱가포르 국립 정신과학원 (National Neuroscience Institute) 원장이라는데 이런 공무원만 있으면 세금 내기 아깝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2007년 국립 정신과학원의 직원들께 보내는 송년메시지에서 공공분야의 호황은 개인기업 만큼 되지는 않지만, 호황 뒤에는 늘 불황이 온다는 걸 잊지 맙시다. 공공분야는 불황기에도 개인기업과 비교할 때는 덜 고통스럽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불황이 갑자기 찾아 왔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더 많은 어려움을 느낄 빈곤한 싱가포르 국민들이 걱정이긴 하지만, 이번 불황은 적절한 시기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짚어 볼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난 수십년동안 잘 살아왔기 때문에 유약해져 있습니다. 부자들은 물론이고 싱가포르의 중산층도 오랜 동안 호시절을 지냈기 때문에 한때 사치품이라 여기던 것들을 이제는 필수품으로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핸드폰은 단순한 의사소통 기기가 아니라 우리가 누군지를 과시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현재 가지고 있는 핸드폰 기기가 멀쩡한 상태인데도 최신 모델을 삽니다.

 머세이디즈 벤즈는 더이상 지위의 상징 (status symbol)이 아닙니다. 세상사람들에게 자기가 품위가 있음을 보여주고 싶은 백만장자들은 페라리나 포르셰가 더 적합하다고 여깁니다.

 옷이나 장신구 선택에 있어서도 그렇습니다. 저는 아직도 버스 기사 월급의 세배가 넘고 뜨거운 태양볕 아래서 스스로는 절대로 살아보지 못할 호화 아파트 건설에 목숨바쳐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월급의 수배나 되는 핸드백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듭니다.

 언론들은 과도한 소비를 부추깁니다. 사람들이 돈을 더 쓰도록 부추기는 것이 불황이 지속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좋을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최근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인들의 능력 이상의 과소비 아닌가요?

 저는 특별히 종교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초자연적인 것을 믿지 않으며 죽음 후에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주위에서 터무니없는 물질주의를 볼 때는 고통과 빈곤이 정신에 좋다던 어머니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제 가족은 가난하지 않습니다만 절약하도록 가정교육을 받아왔습니다. 저와 저의 부모님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45년 친조부모님께서 자식들과 함께 살기 시작했던 바로 그 집에 살고 있습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큰 집이지만 초라할 정도로 단순합니다.

 처음으로 우리집을 보는 사람은 이관유 전직수상의 집이 이렇게 초라하다는 것을 보고 놀랍니다. 그러나 저희집은 아주 편안하고 우리에게는 익숙한 집입니다. 우리동네의 새로운 맨션 아파트에 비교할 때 초라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저희는 그런 비교에 신경쓰지 않습니다.

 세계 대부분의 지역과 싱가포르는 경제적인 추락을 슬퍼할 것입니다. 경비를 감축해야 한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물론 고통이 따를 것이며 고통을 되도록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저는 이 어려운 시기를 통해 많은 싱가포르 사람들이 시의적절한 교훈을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1970년 이후에 태어나 어려운 시기를 전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젊은이들에게는 그럴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싱가포르 정부와 사회적 단체들이 머물 곳과 음식을 제공할 것입니다. 싱가포르에서 굶어 죽는 사람은 없습니다. 현재 호화 아파트에 살면서 럭셔리한 생활스타일을 즐기는 사람들은 여전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병에 2만 달러짜리 와인을 마시다가 1만 달러짜리 와인을 마신다고 해서 큰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잘 산다는 것이 죄는 아닙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자기 자신의 노동의 결과를 즐기는 것은 각자의 특권이며, 호화스럽게 살기를 선택한 사람들을 비난할 권리가 저에게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물질만능주의에 의해 눈이 멀어 있다면 그 사람의 갈망과 열망에는 끝이 없을 것입니다. 페라리 다음에는 무엇일까요? 애스톤 마틴일까요? 헤르메스 버킨 핸드백을 가진 다음에는 어디로 올라갈 수 있을까요?

 애스톤 마틴이나 헤르메스 버킨 같은 것들은 우리를 진정으로 행복하거나 만족스럽게 만들어 줄 수 없습니다. 그것들은 먼지와 같고 삶의 진정한 의미를 흐리게 하는 안개와 같으며, 눈 깜빡할 사이에 날아갈 수 있습니다.

 최후의 날에 우리가 인생을 돌이켜 볼 때 최신 핸드폰이나 럭셔리 자동차를 사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될까요? 우리가 사랑, 우정, 선의로 가득찬 삶을 살았고 인생 여정의 동반자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며 우리가 태어났을 때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평화롭게 죽음을 맞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우리는 어느 쪽이 올바른 선택인지를 알고 있으며, 선택을 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올해가 많은 문제로 힘든 한 해가 되더라도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합시다. 우리의 행복의 상당 부분은 우리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습니다. 무모하게 군중을 좇아가서는 안 됩니다.

  

By Lee Wei 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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