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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부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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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스페셜 영상


케니 오테가 감독
마이클 잭슨, 오리앤시
다큐멘터리/111분/10.28 개봉(전세계 2주 한정 상영이라네요)

2009년 6월 25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공연 리허설 모습을 담은 영화로 전세계에서 국내에 최초로 공개된다.
사망 전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있었던 리허설 장면들과 지인들의 인터뷰를 비롯한
마이클 잭슨의 음악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영상들을 엮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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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전에 앞서 이 글은 리뷰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둔다. 이 영화가 뭐가 좋고 뭐가 나쁘다는 것을 얘기하고자 하는 글이 아니라는 뜻이다. 사실 이 영화를 '영화'라는 범주에 집어넣을 수 있는지도 고민이 되긴 했다. 극장에서 상영된다는 것만 영화다운 부분이지 이것은 영화라기보다 하나의 '기록'에 가깝기 때문이다. 편집이 들어가되 그것은 의미를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감독이 있되 그는 이 영화의 감독이 아닌 이 영화 속에 나오는 콘서트의 감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에 대해 좋고 나쁜 점을 따질 수 없는 중요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이 영화 속에는 고작 나같은 사람이 판단을 내릴 수 없는 한 인간의 꿈과 열정이 그 어떤 가공을 거치지 않고 날것 그대로 들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는 팔짱끼고 이 영화가 어떻더라 저떻더라 평가하는 입장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영화 속 마이클 잭슨에 그저 탄복하는 입장이다.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이하 <디스 이즈 잇>)은 아시다시피 마이클 잭슨이 마지막으로 준비했던 월드 투어 '디스 이즈 잇'의 리허설 장면을 담은 일종의 다큐멘터리다. 그렇다고 특정한 해설자의 내레이션이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오는 것은 마이클 잭슨과 연출자 케니 오르테가, 그리고 많은 댄서들과 제작진들이 펼치는 공연 리허설과 간간이 등장하는 인터뷰 뿐이다. 올해 3월에서 6월까지 있었던 콘서트 리허설, 그리고 첫 투어 장소인 런던으로 향하기 8일 전에 가졌던 최종 리허설이 담긴 이 영화는 어찌 보면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무대에 서 온 마이클 잭슨에 있어서는 새발의 피와 같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영화는 그 시간동안의 이야기를 통해 마이클 잭슨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훤히 보여준다.

 

영화는 리허설의 현장을 예상보다 더 진솔하게 보여준다. 앞서 말했듯, 분량 차원에서 편집만 됐을 뿐이지 어떤 가공의 흔적 없이 리허설 당시의 필름을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Wanna Be Startin' Somethin'', 'Bad', 'Smooth Criminal', 'Thriller', 'Black Or White', 'Beat It', 'Billie Jean', 'Man In The Mirror' 등 마이클 잭슨의 음악 인생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명곡들이 차례차례 등장하고 이를 연습하는 마이클 잭슨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보여진다. 여기에 콘서트 때 선보이기로 했던 영상의 제작과정과 결과물, 연출가가 의도한 각종 무대효과까지 가상으로 펼쳐지면서 마치 이 콘서트를 이미 본 듯한 느낌마저 준다. 어쩌면 이것이 이 영화의 중요한 목적인지도 모르겠다. 비록 볼 수 없는 콘서트이지만 마치 본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것.

 



 

영화는 '디스 이즈 잇' 투어에 관한 영상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만 전달할 뿐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세상을 떠난 마이클 잭슨에 대해 '명복을 빈다'는 내용의 자막조차 끝까지 등장하지 않고, 가족이나 친구의 이야기를 전하지도 않는다. 모든 것은 오로지 '디스 이즈 잇' 투어에 관련된 것 뿐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로써 결코 마이클 잭슨의 음악 외적인 것을 통해 호소하려 하지 않음을 선언한다. 바깥으로 들리는 그 어떤 소문이나 과거사,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뒤로 하고, 가장 가까운 시기에 그가 있는 힘껏 펼쳤던 음악에 대한 열정, 그것만을 바라볼 뿐이다. 어쩌면 그 속에서 마이클 잭슨의 모든 것을 발견할 테니 말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마지막 콘서트가 될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디스 이즈 잇' 투어는 물량면에서도 유례 없는 규모로 투자하고, 마이클 잭슨의 리허설 모습도 열정적이다. 무대 위를 콩콩 뛰어다니기까지 하는 그의 모습은 간간이 언론을 통해 비쳤던 기운 없고 낯 가리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그 어느 곳에서보다 그는 무대 위에서 폭발적이고 밝고 건강하다. 어떤 때는 매우 파워풀하다가도, 어떤 때는 매우 감미롭고, 매우 달콤하다. 수많은 제작진과 댄서, 밴드를 거느리고 있지만 그는 결코 이들 가운데에서 상전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그는 위에서 손가락 까딱거리며 지시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제작진과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며 문제점을 찾고 조율하는 스타일이다. 지적을 하면서도 행여 상대가 기분 나빠할 까봐 '잘해보자고 하는 말', '사랑의 뜻에서 하는 말'이라고 꼭 덧붙인다. 그는 이러한 거대 프로젝트 속에서 그 누구보다도 주인공인 자신이 연습이나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적극적이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노래할 때 이외에는 결코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마이클 잭슨은 어쩌면 고된 여정이 될 수도 있었을 이 리허설 과정을 겸손함과 친화력으로 힘을 북돋우며 오히려 즐거운 여정으로 만들어간다. 그는 이리저리 다니면서 스탭들에게 일일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그만큼 완벽을 기한다. 이 모든 과정은 '팬들이 원하는 공연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 기초한다.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팬 여러분들이 원하는 노래들을 부르겠다'고 했고, 리허설 중에도 '팬들이 듣고 싶어하는 연주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연 콘텐츠의 질에 있어서는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것보다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다. 이러한 바탕 위에 마이클 잭슨은 환경 문제, 인권 문제 등 자신이 기존에 관심을 기울였던 사회적 이슈들까지 자연스럽게 첨가함으로써 자신의 목소리와 관객의 목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는 이상적인 공연을 지향해 간다. 이러한 아이디어 위에서 당연히 그의 의욕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리고 이런 아티스트 아래에서 임하는 제작진들의 능률이 떨어질 리 없다. 이들은 마이클 잭슨에 의해 고용된 피고용인이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같다. 그들은 이 프로젝트를 인생의 전환점처럼 생각하며 감사히 임하고, 연습에는 프로페셔널하게 몰두하되, 마이클 잭슨과 함께 어우러져서 공연을 즐긴다. 마이클 잭슨이 무대 위에서 힘차게 리허설을 펼치는 장면을 관객들처럼 관람하며 박수도 치고, 호응도 보내고, 함께 흥을 돋우기도 한다. 리허설 현장은 고된 훈련과 연습의 현장이 아니라, 이 일이 운명인 듯한 사람들이 모여서 벌이는 축제의 순간이다.

 

실제 공연 장면처럼 현란한 무대효과가 시종일관 펼쳐지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조명과 카메라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도 아니다. 리허설 기록용 영상에 가까운 이 영화는 그래서 매우 평범하게 리허설 장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화면 속에 고스란히 나타나는 마이클 잭슨의 의지와 열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 영화를 눈부시게 만든다. 30여년 전 현재의 우리가 생각하는 춤과 대중가요의 관계를 처음 정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는 오십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압도적인 댄스 실력과 가창력을 과시한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그 어떤 부수적 요소 없이 단지 음악만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표현하고, 음악만으로 국경을 초월한 팬들과 감정을 공유하려는 그의 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에게 음악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의 음악이 대중에게 어떤 것이었는지를 이 4개월 간의 여정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만약 이 공연이 실제로 무대에서 이뤄졌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걸작이 되었을 것이다. 이만큼의 아티스트의 열정이 배어 있는데 실패한다는 게 더 이상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무대에서 이뤄지지 못했다는 사실이 한없이 안타까울 뿐이다. '걸작이 된 콘서트'가 아니라 '걸작이 되었을 콘서트'에 머물게 됐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 정도였던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두번이나 내한공연을 했고, 그 외에도 비공식적으로 여러 번 방한했었다는 사실이 참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제 와서야, 그가 정말 위대한 아티스트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편히 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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