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 함께하는 부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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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집
2009.09.29 12:05
<반 년 동안 혼자서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돌아온 친구 박일선을 지난 인사회에서 만났습니다. "안산으로 이사온 네 집을 인터넷으로 봤는데 새 집이 그렇게 좋다며?" "좋은 집은 뭐 그저 그런 집이지..." 갑작스런 질문에 어물거렸습니다. 내 집이 좋다는 말은 직접 한 적이 없고 남들이 좋은 집이라고 추켜준 것 뿐인데 내 집이 정말 좋은 집일까? "정말 좋은 집 조건이 몇 가지 있는데 너의 집은 여기에 몇이나 해당되는지?" "?" 박일선의 단호한 질문에 긴장까지는 아니지만 머뭇거렸습니다. "첫째, 공기가 맑아야 해." "우리 동네 공기는 아주 맑지." 이 첫째 질문에 나는 자신있게 대답했습니다. "둘째, 집 주변이 조용해야 되거든." "아주 조용하지. 다만 집 앞 공원에 어린애들이 놀러와 저녁 무렵 두어 시간은 약간 시끄럽지만." 사실 우리 집 주변은 아침과 밤에는 절간 처럼 조용한 곳이지만 저녁 무렵은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약간 신경이 쓰입니다. 그런데 박일선은 그것도 좋다고 합니다. "셋째, 교통이 편리해야 하지." "편리한 편이야. 버스로 7~8분 가면 전철역이거든. 전철로 사당역까지 40분 정도, 4호선이니까 서울역, 명동, 충무로 등 환승하지 않고 한번에 갈 수 있어." 내 설명이 길어졌습니다. 안산이란 서울 중심가에서 제법 먼 곳이라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정도면 괜찮아." 사실 드넓은 땅의 미국 시민인 박일선에게 그 정도 거리는 아무것도 아니라 이 조건도 통과입니다. "물론 주차하기 편리해야 할 텐데..." "주차? 건물 안에 주자창도 모두 갖추어져 있지만 집 앞이 온통 다 내 주차장이거든." "하나 더, 남향이어야 하는데." "약간 동남향인데 일반적으로 남향이라 하더군." "그럼 좋은 집이네. 나도 그리 이사나 할까?" 이래서 겨우 합격입니다. 그런데 내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한술 더 떠서 자랑합니다. "더 좋은 것은 집 값이 아주 싸다는 사실이야." 그렇다고 박일선이 절대로 안산으로 이사올 리는 없습니다. 안산이 좋다고 칭찬하는 친구들도 절대로 안산으로 이사올 리가 없습니다. 대전이 좋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도 한 명도 대전에 이사온 친구는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 집이 좋은 집인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귀여운 동반견(同伴犬) 쌔미와 실버가 함께 어울려 생활한다는 사실입니다. 좋은 집, 행복한 삶은 결코 객관적인 것이 아니므로 남이 아무리 뭐래도 자신이 좋으면 좋은 집, 자신이 행복을 느끼면 그게 바로 행복이란 사실을 이번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 집 앞 한가하고 여유있는 주차장에 우리 차 한 대만 달랑 서 있습니다.
(2) 우리 집 동반견(同伴犬) 쌔미와 실버가 사이좋게 어울려 놀고 있습니다.
댓글 22
-
김세환
2009.09.29 12:05
문구야, 좋은집은 그 안에 사랑하는 사람이 꼭 있어야지 그래야 좋은집이 될수있을거다. -
이문구
2009.09.29 12:05
세환이 말이 옳다. 그러나
우리에게 집은 주택(house)의 개념이 있고
또한 가정(home)의 뜻으로 구별되는 거라.
미국 사람들은 둘을 같은 것으로 생각할는지 몰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집은 아마도 후자겠지. -
하기용
2009.09.29 12:05
* 세환아, 문구에게는 그 집에 사랑하는 사람이 꼭 숨어 있음을
지난번 방문했을 때 확인했으니까 - 그 집은 누가 뭐래도 좋은 집이야 ! ㅎ ㅎ -
이문구
2009.09.29 12:05
여름용이 뭘 잘못 본 건 아닐까?
우린 매일 싸우면 지내는데... -
민완기
2009.09.29 12:05
위의 두 어르신네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다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집자체는 초가3칸 오두막이라도 상관없고
그 집에사는 사람들의 마음만 좋으면 그집은 좋은집이라고 봅니다.
특히 우리가 아네를 집사람이라고 일컫듯이 집사람이 곧 그집입니다.
따라서 이문구동문의 후덕하신 사모님의 마음씨로 보아 그 집은 매우 좋은
집임을 확신합니다.
또한 집주위의 공기,소음, 교통등의 외관적 요인도 중요하겠지만
앞치마 두른 집사람이 직접 끓인 풋고추된장찌게가 놓인 저녁밥상이
반주와 같이 방으로 드리워질때의 아네얼굴에 미소가 담겨져있으면
그 이상 뭘 바라겠읍니까?
그러니 건강이 제일 이지요. 육체적으로만 건강해서도 않되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야지요. 요즘 정신 나간 집사람들도 많아요. 사행심이 많은 여자, 도박하는 여자,
S-line에 미친 여자, 모두들 치마끈을 쉽게 푸는 여자들이지요! 감사. -
이문구
2009.09.29 12:05
역시 민대감님 말씀이 옳습니다.
육체적 건강만큼 정신적 건강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새겨둘 말씀이외다.
깊은 관심에 감사합니다. -
김동연
2009.09.29 12:05
우리집도 공기좋고 주변이 조용하고 시내가 가깝군요.
주차장이 현관앞이고...참, 집값도 싸고...
그런데 사랑하는 동반견과 사람이 없네요. ㅠ.ㅠ.
그렇지만 사랑하는 꽃과 나무들이 많으니까, 뭐. -
이문구
2009.09.29 12:05
제주도 저택하고는 상대가 되질 않는 안산의 초라한 오두막입니다.
이사오면서 화분을 다 처분해서 지금은 화분마저 하나도 없답니다.
주변의 식물원, 삼면의 공원에 널린 꽃과 나무를 우리 집 것으로 치도록 하겠습니다. -
김영종
2009.09.29 12:05
이문구 선상님이
광고로 오라고 하기만 기다리는데유 왜 아직 멀었시유
지금 우리에게 좋은 집이 무어예유 므신 조건이 있는 거유,
비 안 맞고 겨울에 좀 덜추우면 되지우, 먼거유 덜덜이 남는게 시간인디 좀 멀면 지하철 (내 경우는 빠스 기차)
타고 가다 졸면 되유 가끔 지나치면 내려 돌아오면 되유 내 경우는 대구가 좀 멀어서 돌아 오기가 또 자다 서울까지 갈까봐 ,
무어 누가 늦었다구 야단치우 늙어서 그러려니 ㅎㅎㅎ
아 하나 공기는 좋아야 겟시우 -
이문구
2009.09.29 12:05
안산 탐방일은 10월 첫 인사회 날로 정했답니다.
구체적인 일정과 시간, 전철 교통편은 추후에 알리려 합니다.
대전?
동부터미널에서 오전에는 매 정시에 안산행 버스가 있는데
교통비는 9천 몇백원, 걸리는 시간은 약 두 시간이니
9시 버스로 안산에 11시쯤 도착하면 대체로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으리다. -
박문태
2009.09.29 12:05
문구! 이런 배경음악을 깔 수 있으면 좋은 집, 장소에서 살고 있는 것이야.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은 고독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야. 이 음악에는 그런 고독과 어울리는 분위기가 있어. -
이문구
2009.09.29 12:05
야, 박문태 반갑다. 왜 지난 인사회에는 못 나왔는가?
다음 인사회에는 안산에 들러서 같이 가자.
고독도 달콤할 때가 있긴 있지만 그래도 난 고독이 싫더라. -
황영자
2009.09.29 12:05
좋은집의 조건을 너무도 잘 설명하시고
민대감님 말씀도 지당한 말씀이고
여기 글을 읽다보니 내가사는 집은 내가 어찌 생각하느냐에 따라 어떤 집인가 결정이 되겠군요.
언제나 좋은집에서 살수있는 조건을 가지신 이교수님은 역시 행복한 사람입니다. -
이문구
2009.09.29 12:05
박일선이 조목 조목 따지는 바람에 말려들다 보니
갑자기 시골 오두막이 좋은 집으로 승격이 된 셈이지요.
늘 밝은 표정으로 미소짓는 황감독님이야 말로 진짜 좋은 집에 사시는 분입니다. -
김승자
2009.09.29 12:05
안산이 서울 근교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시골인가요?
전철, 버스타고 서울 문화 애용할 수 있으면 서울사람이지요.
그나 저나 박일선씨의 "좋은 집" 기준에 동의하고
그 조건에 빠지지 않으니 "좋은 집"에서 살고 계십니다.
"내 집, 좋은 집" 에서 늘 건강하고 재미있게 지나십시요. -
이문구
2009.09.29 12:05
안산이란 곳은 나도 잘 모르던 곳입니다.
와 보니 그런대로 서울과 소통이 제법 잘 되어 다행이라 싶더이다.
김승자 동문 부부 함께 한번 귀국하시면
친구들이 반가워 대 환영일 텐데 아무 계획이 없으신가요?
세월이 더 가기 전에 실행할 수만 있다면 미루지 마시길 바랍니다. -
박일선
2009.09.29 12:05
남향이라고도 물었던 것 같고 남향이란 대답을 받은 것 같은데 내 착각인가? 우리 아파트는 동향이라 불편한 점이 좀 있습니다.
외국 여행을 하면서 2, 3일 만에 한 번씩 숙소를 옯기니 이제 방 골르는데 이골이 났답니다. 아무리 싸구려 숙소라도 빈 방이 좀 있어서 고르면 밝고 환기 잘 되고 조용하고 전망 좋은 방을 차지할 수 있답니다. 시끄러운 방도 문제지만 (항상 귀마개를 가지고 다닙니다) 어둡고 환기가 잘 안 되는 방을 딱 질색이랍니다.
이문구네 집은 우선 주위 환경이 좋은 것 같고 집 자체도 좋은 조건을 모두 가추었고 안 주인도 계시고 내가 좋아하는 견공도 두 마리씩이나 있고 그만하면 만점입니다. 옛날 안산에 공단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때 한국 지도를 펴놓고 서울 주위에 어디가 살기 좋은 곳일까 하고 연구를 좀 해보니 LA를 기준으로 해서 생각하니 LA의 인기 거주 지역인 Palos Verdes나 Malibu Beach에 해당하는 지역이 안산이었습니다.
문구야, 이사 잘 했다. 영종이 말 듣지 말아라. -
이문구
2009.09.29 12:05
아 참, 내가 그만 깜빡했네. 맞아 남향인가를 물었었지.
우리 집은 약간 동쪽으로 비튼 남향이라 동남향이라고 하던데
정남향보다 낫다 하고 대전의 서남향 집보다도 나은 것 같더군.
처음에 인터넷으로 고를 때 북향은 아예 처다보지도 않았어.
지적해 준 부분을 별도 색으로 추가 삽입하리다.
어? 어쩌다가 이젠 정말 겁도 없이 시골 초가집을 자랑한 꼬락서니가 되어 버렸네. -
김숙자
2009.09.29 12:05
교수님 공기 맑고 경관 아름답고
두분이 만족 하시니 부러울 것이
없으시 겠습니다 좋은 집에서 사십니다. -
이문구
2009.09.29 12:05
마음씨 고우신 김숙자 동문의 격려로
앞으로 좋은 집을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권오경
2009.09.29 12:05
이렇게 자랑?(실례) 을 하시니 안가고 배기겠습니까? 10월 8일 갑니다.
숙자야 이 날도 안되려낭~?? -
이문구
2009.09.29 12:05
두 손 잡아 반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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