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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독수리들이여, 부디 둥지를 박차고

날아 오르길

 

[아무튼, 주말- 김형석의 100세 일기]

 

   일러스트= 김영석

 

사람들이 묻는다. "언제가 제일 행복했나요?" 내 뜻과 노력이 성취되었을

때를 말하게 된다. 그런데 그 행복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은 좀처럼 뒤따르지

않는다. 내 노력과 고생의 대가였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래서 '감사를 아는

사람이 복 받은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스무 살을 넘기면서 모험을 했다. 고학을 하더라도 대학에 가자는
결심이었다. 그래서 일본 도쿄를 택했다. 당시의 도쿄는 아시아에서
학문과 문화 수준이 가장 높았다. 대학 공부와 더불어 일본 사회가
지니고 있는 최고의 정신문화와 문명시설을 접할 수 있었다. 아침에는
신문배달을 하고 낮에는 대학에서 강의를 들었다. 어떤 때는 일본 구세군
중장 야마무로 군페이(山室軍平) 추모 강연회에 참석해 일본 최고
지성인들의 신앙고백과 강연을 들었다.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 할 수준이었다.

몇 해 동안 도쿄도립미술관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했다. 지방 사람들은
보기 드문 미술 작품을 감상할 기회가 생겼다. 그러면서 저녁때는 일본을
대표하는 사상가나 교수의 강연회에 참석했다. 도쿄가 아니었다면
누릴 수 없는 혜택이었다. 그런 4~5년의 세월이 내 인생을 키워주었다.
회상해보면, 새끼 독수리가 처음 둥지를 떠나 위험을 무릅쓰고 비상을
시작했다는 느낌이다. 그 독수리는 옛 둥지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출발을 했던 것이다. 나는 한국 밖 세상에 눈뜨게 되었다.

또 한 번의 기회가 생겼다. 마흔을 넘길 때였다. 연세대학이 나에게 1년간
미국 대학에서 연구할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미 국무부 초청이었다.
1년 동안 미국 시카고와 하버드 대학에 머물렀다. 아시아를 넘어 근대화를
성취한 세계무대에 참여해 보는 특혜를 누린 셈이다. 내가 흠모하던
세계적인 석학들의 강의에 참여할 수 있었다. 세계 수준의 학풍이 어떤
것인지 눈뜨게 되었다.

 

일본과는 비교가 안 되는 문화 공간과 역사적 현실에 경건히 참여하는

경험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격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차원의 정신세계를

접했다. 다른 차원의 세계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 당시 아메리카는 이미

세계 정신계의 한 축을 쌓아놓고 있던 때였다. 철학자 대회를 통해서는

세계적 석학들의 강연을 듣는 기회가 주어졌다.

일본에서는 물오리와 같이 이 저수지에서 저쪽 물웅덩이를 찾아 왕복하던
인상이었으나, 미국에서는 기러기가 대륙과 바다를 넘듯이 멀리 날아가는
철 새들을 연상케 했다. 귀국할 때는 유럽은 물론 중동 지역과 인도를
거쳐 동남아 지역까지 살펴보는 여정을 택했다. 내가 세계시민의 한사람으로

태어난 느낌이었다. 그 성장적 변화에 대한 감사의 뜻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지금의 젊은 세대는 누구나 노력만 하면 자라난 둥지를 떠나 세계시민

으로 성장할 수 있다. 부디 용감한 새끼 독수리들이 훨씬 더 많아지기를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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