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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름 찾다 보면 반드시 ‘여왕벌’에 이른다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

 

지난 2월 한국식물분류학회 학술발표회장. 남명자 전 안동 온혜초등학교 교장이 들어서자 10여명의 학자들이 다가와 인사를 청했다. 그동안 남 전 교장 블로그 등을 통해 연구에 도움을 받은 학자들이 감사 인사를 전하기위해서였다.

 

◇블로그엔 2만3000여건의 방대한 식물 자료

 

남 전 교장은 티스토리 블로그 ‘여왕벌이 사는 집’ 운영자다. 여왕벌은 남 전 교장의 닉네임이다. 그의 블로그에 가면 지난 15년 동안 축적한 2만3000여 건의 방대한 식물 비교 자료를 만날 수 있다. 야생화 고수들 사이에선 “무슨 꽃인지 헷갈려 검색하다 보면 반드시 여왕벌 블로그에 가 닿는다”는 말이 있다. 그의 블로그엔 한 식물에 대해 다양한 꽃과 잎, 줄기, 뿌리 사진이 올라 있고, 비슷한 식물에 대한 링크를 걸어놓아 비교해가면서 식물을 이해할 수 있다. 한국에 분포하고 있는 자생식물이 총 4000여종이니 여왕벌 블로그에 얼마나 방대한 자료가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그의 블로그에선 “(찾는 꽃 특징이) 진짜 궁금했는데 여기 오니 바로 해결됐다”, “덕분에 논문을 잘 완성했다” 같은 댓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남명자 전 교장. 닉네임이 '여왕벌'이다. 지난 7월 일본 홋카이도 대설산 탐사할 때 사진이다. /남명자 전 교장 제공

 

아마추어 야생화 애호가들은 물론 전문적으로 식물을 분류하는 학자들도 여왕벌 블로그에서 도움을 받고 자생지 정보 등도 얻고 있다. 남 전 교장이 지난 2월 식물분류학회 학회에 참석해 ‘새로운 식물을 만나기까지 30년’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것도 “도대체 여왕벌이 누구냐?”고 궁금해 하는 식물학 전공자들이 많아 만든 일정이라고 한다.

 

야생화 인구가 늘어나면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는데도 독학 또는 동호회 활동으로 놀라운 야생화 지식을 쌓은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언제 어디에 무슨 꽃이 피는지, 직감적으로 무슨 꽃인지 아는 것은 웬만한 학자들이 당해내기 어려울 정도인 고수들도 늘어났다. 여왕벌은 대표적인 아마추어 고수 중 한명이다.

 

식물을 탐사 중인 남명자 전 교장. /남명자 전 교장 제공

 

남 전 교장은 2019년 교직에서 은퇴한 후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서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21년 함백취, 2022년엔 다도해산들깨 등 신종 2종을 발견한 것이다. 그가 “이상한 것이 있다”고 학자들에게 제보해 신종임을 확인하고 공동으로 논문을 발표한 것이다. 그래서 이 두 신종 학명에는 그의 이름 ‘M.J.Nam’이 들어 있다. 국내 미기록종을 찾은 것도 병풍아재비, 해란초아재비, 어수리아재비 등 4종이다. 세계적으로 처음 발견하면 신종, 다른 나라에서 이미 발견했으나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했으면 미기록종이다. 무등산에만 있는 줄 알았던 무등취가 강원도 등에서도 자생하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새로운 장소·식물 앞에 서면 기쁘고 설레”

 

여왕벌이 꽃에 관심을 가진지 30년이 넘는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어릴 때 개멀구라 부르던 식물의 정식 이름이 까마중이라는 것을 아는 등 어릴 적 알던 이름이 실제와 다른 것을 알고 공부를 시작했다”며 “마침 그때 5차 교육과정에 자연을 많이 도입하면서 아이들과 학교 주변을 다니면서 식물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왕벌이라는 닉네임은 꿀벌반 담임할 때 생긴 별명”이라고 했다.

 

까마중 꽃과 열매.

 

그의 식물탐사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몇 가지 일화가 있다. 2012년 동강할미꽃을 보러갔다가 발목이 접질려 복숭아뼈에 금이 갔다. 그런데도 벌깨풀·바위종덩굴이 피는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깁스하고 목발을 짚고 험한 덕항산·석병산에 올랐다. 남 전 교장은 “사람들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 의외로 오르내리는 것이 힘들지 않더라”고 말했다. 2018년엔 식물탐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폐차할 정도로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런데 며칠 후 또 식물을 찾아나섰다. 이를 보고 한 학자는 “어떤 일이든 즐기는 사람에게는 당할 수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바위종덩굴.

 

강원도 석회암 바위지대에서 매우 드물게 자라는 식물이다. 근래엔 그의 활동 반경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 대학·연구소 의뢰로 DNA 시료 채집, 섬지역 식물 조사, 종자 채집사업, 희귀특산식물 분포조사 등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국내만 아니라 백두산, 몽골, 일본 홋카이도 등으로 식물 탐사 지역을 해외로도 넓히고 있다.

 

그는 “공부한 것을 정리해 블로그에 올리는 일이 즐겁다”며 “(일부 미기록종 빼고) 국내 식물은 다 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30여년 동안 지독한 식물앓이를 했지만 아직도 새로운 장소나 식물 앞에 서면 기쁘고 설렌다”며 “식물에 대한 갈증이 아직 충족되지 않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현진오 전 식물분류학회 회장은 “여왕벌은 식물의 세부적인 부분을 관찰하는 능력이 뛰어난데다 부지런하게 다니시는 분”이라며 “본인이 본 것들을 데이터화한 것도 대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솔체꽃. 초가을 산에서 만날 수 있는 야생화다.

 

야생화 최고수 중 한명인 그가 가장 좋아하는 야생화는 무엇일까. 그는 솔체꽃이라고 했다. “야생화를 처음 공부하는 병아리 시절, 원예종만 예쁜 줄 알았는데 솔체꽃을 보고 우리 야생화에도 이렇게 예쁜 꽃이 있구나 감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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