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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부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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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나들이

2009.11.16 01:46

김승자 조회 수:300










분당 중앙 공원의 불타는 단풍




친정 나들이




김승자





왜 별스럽게 혼자라도 가고 싶었을가?

물론 우리 막내동생 영식이가 환갑이라는 믿을 수 없는 년륜의 흐름을 확인해야 했고

한편 50주년 졸업이라는 믿기지 않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서일가?

어쨋건 전에 없던 욕심에 용기를 내어 마음을 다부지게 먹었다.

마침 남편이 친구들과 함께 내가 동반하기엔 벅찬 등산길에 오르는 참에

처음으로 태평양을 혼자 건넜다.


그렇게 멀기만 하던 고향길이 별거 아니였다.

뉴욕 아들네서부터 열 세시간 반, 똑같이 생긴 사람들 속에서, 똑 같은 말을 쓰며

고추장을 넣어 비빔밥을 비벼 먹고 예쁜 어텐던트들의 상냥한 도움을 받으며

영화 두개 보고 눈 좀 부치려다 보니 인천공항 착륙이다.

읽으려고 가지고 간 Book Club의 “ Forger’s Spell”은 가방에서 꺼내지도 않았다.


다음 14일 간은 유수같이 흘렀다.

큰언니와 두 동생 들과 친구들은 내가 미국에서 굶고 사는 줄 아나 보다.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때 까지 쉴새 없이 먹인다.

숨만 쉬어도 살찌는 내 체질이 황감 했다.

얼굴은 사흘만에 달덩이가 되고 바지 허리춤이 숨을 조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먹고 보자, 참을 수 없지. 행복하기만 한걸!






분당 중앙 공원 산책 길



분당에 사는 동생 내외와 분당 중앙공원을 걸었다.

고층 건물들을 병풍처럼 두르고 붉은 단풍과 황금빛 은행잎 아래에 억새풀이

도심을 뚫고 흐르는 탄천을 따라 춤추고 있었다.

석양을 뒤 딸아 가로등이 크리스마스 츄리처럼 야경을 장식하고 있었다.






청계천 산책



큰언니와 전철타고 을지로 4가 입구까지 가서 청계천 따라 시청앞 청계천 광장까지 걷고

덕수궁을 찾았다.





덕수궁 돌담







덕수궁 미술관


로맨틱한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남녀들, 삼삼 오오 짝지어 산책하는 시민들,

유모차를 밀고 가는 가족 나들이로 수놓인 고궁 뜰에 앉아 평화로운 서울의 정취에

흠뻑 취하기도 했다.

“덕수궁의 뜰”이란 제목을 붙여 마음속 캔바스에 그림을 그리며 덕수궁의 가을속에서

언니가 백 퍀에 넣어 온 팥이 터져 나오는 말랑 말랑한 찹쌀떡과 커피를 마셨다.

미술관에서 배병우씨 사진전을 감상한 후 우정 버스를 타고 변모한 서울의 모습을 찾았다.

아, 여기가 남대문, 서울 역, 명동입구, 저리로 가면 우리가 살던 필동이구, 남산너머에…

걸어서 건너던 한강다리가 길어 졌고 한강은 드넓고 화려하기까지 하다.

강남 번화로운 도시에서 할마시 되어 찾아 온 객의 길 눈은 말이 아니다.

큰언니따라 전철타고 인사동 골목길을 기웃 기웃하면서 아이들 생각나서 거금을 주고

손수제품 몇점 사고 아트 갤러리를 기웃거리고

막 말로 혼자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를 칼국수를 먹었다.

큰언니와 전철타고 남쌀롱(남대문 시장의 애칭)에 가서 보통사람 사는 모습도 보고

별별 일용품도 사고 허술한 국수집에 들어가 세상에서 제일 맛난 모밀국수도 먹었다.

지금쯤 친구들과 갔던 유타주 국립공원 등산을 끝내고 집에 돌아 와

냉동실에 넣고 온 장국을 뎊혀 먹고 있을 남편이 생각났다.

국수라면 맹물에 말아줘도 맛있다는 국수 대장, 함께 사십여년을 살며

내게 덩달아 국수 맛을 알게 만들지 않았는감.





용평 뒷 산을 오르며



큰언니, 형부, 두 동생들 내외와 조카 딸 내외, 세살백이 귀염둥이 조카손주와 함께

각기 세 차에 편승하여 용평으로 주말 나들이를 갔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강원도 오대산에 있는 월정사에 들려 돈독한 불교신자이신 큰언니와

형부가 불공을 드린 후 기슭에 있는 민속식당에서 산나물 정식으로 옛 시골 밥상을 받고

일찌기 저 세상으로 가버린 동생이 설계하여 건축 대상을 받았던 용평 스키 리조트,

우리들 가슴속에 아프게 살아 있는 용평, 막내동생이 작은 오빠를 기리며 회원권을 가지고

심심찮케 찾아 오는 곳에 도착, 아직은 객들이 붐비지 않아 여유롭다.

온화한 날씨에 스키장의 눈은 녹아 내리고 있었으나 우리에게는 상관이 없었다.

맑은 공기는 청량제가 되었고 오랫만에 풀어 놓는 우리들의 이야기는 꼭히 금싸라기만은

아니였더라도 세월이 쌓아 놓은 장벽들을 Berlin벽 무너 지듯이 무너뜨리고 우리는 어릴적

한 지붕밑 칠남매로 돌아 가 있었다. 가슴 저리게 알알한 추억과 연민에 가득한

우리들의 산책로에 폭신한 솔닢이 우리들의 발길을 어루 만져 주었고

길 가 늦가을 풀꽃들이 목을 빼어 삶을 찬양한다.

상경하는 일요일 오후, 촉촉한 가을 비에 젖은 경동 고속 도로는 한폭의 동양화다.

옛 아흔 아홉 대관령 고개를 뚫어 놓은 고속 도로, 앞에도 뒤에도 겹겹이 둘린 병풍같은

산 구릉은 운무에 쌓인 동양화 그대로이다. 신선이 따로 있을가!





20회 제자들과 함께



막내 동생네 반인 20회, Class of 68 제자들과 회식을 했다.

세월은 야속하기도 하지! 그 아이들이 환갑이라고 한다.

내가 교단에 섯을 때의 추억을 이야기 해 준다.

신혼여행을 다녀 와서 핑크빛 투피스를 입고 교단에 선 선생님은 온 얼굴에 행복한 웃음이

넘치는 어여쁜 선생님이였다고 얘기해 준다.

지금 그 모습 여전하다고 가짓부렁들을 하는데 밉지 않다.

부디 늙지 말고 고대로 예쁜 선생님으로 남아 계셔 달라고 이구 동성이다.

칠순이 눈 앞에 닥아 오는 옛 선생님에게 환갑이 된 제자들이 어리광에 생 떼다.

나는 구름위에 두둥실 떠 있었다. 잊고 있었던 옛 추억이 향기롭게 번져왔다.

가슴 속에 뜨거운 빗물이 흐른다.


오십년 세월이 어디론가 후울쩍 날라 간 흔적도 없는 50주년 동기 동창회날,

동창회장 호텔 로비에서 친구를 기다리는데 어느 할아버지가 우리 앞을 알듯 모를 듯

가볍게 목례를 주며 지나 간다.

함께 온 친구가 저분도 우리 동창일거라고 알려 준다.

“그러니이? 그럼 우리도 저분들에게는 저렇게 노인으로 보일가?”

우리는 마주 쳐다 보며 키득 키득 웃었다.


또 쉬 건너 오리라.

다음엘랑 남편과 함께 와서 푸근히 지내며 인사회도 가고 선사회 견학도 하고

분수회 번개팀에도 자청하여 나서고 동네, 방네 모임에 기웃해 볼것이다.

설마 회원 아니라고 오지 말라지는 않겠지.

총 동창회에서는 보고 싶었던 친구들, 동문님들께 제대로 안부도 드리지 못했다.

다음에 오면 나도 스승님들을 찾아 뵙고 인사를 올리리라.


돌아 오는 비행기에서 “우리들의 이야기” 에 귀 기우리다 보니 뉴-욕 도착이란다.


이러다 뒤늦게 새 정 들어서 고향 그리워 상사병 날라.


남편은 고향에 다녀 오는, 아니 친정에 다녀 오는 늙은 아내에게 미아되지 않고

무사히 돌아 온것이 용타고 내 어깨를 토닥인다.


피-, 내가 바본줄 알았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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